반만년 역사 동안 우리나라가 중국에 앞선 것은 최근 30~40년이라고 한다. 그러나 어쩌면 우리가 중국보다 잘 사는 것도 지금 세대 뿐이라는 우려가 나올 만큼 중국의 추격이 거세다. 특히 정보기술(IT) 분야에서 중국은 선진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외국기업을 통째로 인수하는 등 우리 경제가 강점을 보이고 있는 분야에서 기술 추격에 열을 올리고 있다. 샨다네트워크가 국내 게임업체를 인수한 것과 PC업체 레노보가 미국 IBM의 PC 부문을 인수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외자 유치도 최근에는 첨단기술 업체에 별도의 세제 혜택을 주는 등 차별화하고 있다.
이렇게 바짝 추격하고 있는 중국을 뿌리치고 선진 경제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산업 구조의 소위 ‘패러다임 시프트’(사고 방식의 전환)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우리가 신산업으로 인식하고 있는 통신산업의 경우를 보더라도 패러다임 시프트는 절실하다. 기술 융합이 빠르게 전개되고 있는 상황에서 전통적인 단일 통신 서비스 만으로는 통신산업의 앞날을 낙관하기 어렵다. 통신 분야에서 세계적인 리더였던 AT&T가 한 순간에 무너진 것에서도 알 수 있지 않은가.
국내 통신산업도 더 이상 사용층 확대에 치중하기 보다는 패러다임 시프트를 통한 선도 서비스를 발굴해야 한다. 맥킨지가 ‘한국은 유무선 인터넷 서비스에서 전 세계의 흥미로운 실험실이며 세계 통신시장에 귀중한 교훈을 줄 것’이라고 평가할 만큼, 국내 통신산업은 경쟁우위를 유지할 수 있는 기반과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이제 ‘통방이냐, 방통이냐’라는 ‘논쟁의 패러다임’을 벗어던져야 한다. 더 늦기 전에 앞선 통신 인프라를 바탕으로 선도 서비스를 개발하고 상용화하여 국제 표준을 주도하는데 주력해야 한다. 홈네트워크, 텔레매틱스 등 떠오르는 시장에서도 주역이 되지 못한다면 중국의 추월은 물론 우리 경제의 앞날도 낙관할 수 없다. 선도서비스를 만들어가는 일. 그것은 생각의 패러다임 시프트에서 출발한다.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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