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노사정위원회에 이어 정부의 노동관련 각종 위원회 탈퇴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양대 노총이 참여하고 있는 위원회는 노동부 산하 노동위원회와 최저임금심의위원회 등 70여 개에 이른다.
위원회 탈퇴가 현실화하면 당장 노동행정이 마비되는 사태가 빚어진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개별 근로자의 권익을 보호할 수단이 없어진다는 점이다.
중앙노동위원회와 전국 12개 지방노동위원회로 구성된 노동위원회만 해도 그렇다. 부당해고, 부당노동행위 등 노동위에 계류중인 수백 건의 심판사건 처리과정에서 당사자들은 아무런 변호도 받지 못하게 된다.
근로자를 위한 투쟁수단이 되래 근로자들의 생계를 위협하는 모순이 벌어질 판이다. 노총측은 “단기적인 불이익보다 장기적인 노동자의 삶의 질 향상이 더 중요하다”고 하지만 당사자들에게는 당장의 권익이 더욱 소중할 것이다.
노동계의 이런 극단적인 압박은 사회적 책임을 방기하는 것으로 비춰진다. 노동자들의 권리를 포기한다는 점에서 자해행위에 가깝다는 지적이 지나치지 않다. 정부의 노동정책을 시정하는 효과는 고사하고 스스로의 입지만 줄어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정부도 뒷짐을 지고 있을 형편이 아니다. 참여정부의 노동정책이 좌초위기에 몰린 데 대한 일차적인 책임은 정부에 있다. 지나치게 원칙을 강조한 나머지 노동계를 포용하기는커녕 끊임없이 자극한 게 정부 아니던가.
“노동계가 먼저 정치공세를 중단하라”고 할 게 아니라 정부가 먼저 대화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노동현안이 산적한 가운데 노정의 소모적인 감정싸움과 힘겨루기는 사회경제적 불안을 가중시킨다. 정부와 노동계는 차분히 마음을 가라앉히고 진지하게 해결책을 모색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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