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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5.07.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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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모난 돈, 동그란 돈이랑 바꿀까"

여섯 살 둘째는 아직 돈이 무엇인지 모릅니다. 돈을 쓸 줄도 모르거니와 돈의 가치도 모릅니다. 그래도 돈이 좋은지 엄마한테 졸라 작은 지갑을 하나 마련했습니다. 설날부터 어린이날까지 어른들께 받은 돈이 꽤 되거든요. 그 지갑에 든 돈이 제 지갑에 든 돈보다 많습니다.

둘째 녀석 통장에 넣어 주려고 지갑을 달라고 해도 절대 내놓지 않습니다. 이젠 소유에 대한 개념이 생겨서 내놓을 생각을 안 합니다. 매일 지갑에서 돈을 꺼내 세면서 확인을 합니다. 1만원 지폐 여러 장이 들어 있어 제법 두툼한 지갑이 영 불안합니다. 어디든 가지고 다니려고 해서 불안합니다. 꼭 쥐고 다녀서 잃어버릴 염려는 적은데, 집에 놀러 오는 형 친구들이 보면 탐낼까 두렵습니다.

아무리 설득해도 지갑을 놓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잘 때 몰래 들고 나왔다간 당장 다음날 울고불고 난리가 날 것입니다. 고심하다 꾀를 냈습니다.

평소 둘째는 지폐를 ‘네모난 돈’ 이라 부르고 동전을 ‘동그란 돈’이라 부릅니다. “아빠 돈 많다.”“아빠, 나도 돈 많아요.”“아니, 아빠가 더 많을 걸.”“아니야, 내가 더 많아.”“그래, 그럼 우리 누가 더 많은가 세 볼까?”

나는 천연덕스럽게 동전을 한 무더기 꺼냈습니다. 당연히 둘째 녀석은 지폐를 셌지요. 동전이 더 많습니다. 지폐 수가 적으니 둘째는 약이 오릅니다. 기회는 이때입니다. “그것 봐라, 아빠가 더 많지?”

금세 표정이 시무룩해집니다. 나도 덩달아 안타까운 표정을 짓고 나서 못 이기는 척 제안합니다. “그럼 이 동그란 돈과 네모난 돈을 바꿀까?”

“응!” 녀석의 얼굴에 미소가 감돕니다. 나는 억울하다는 듯이 동전을 주고 지폐를 대신 받습니다. 이렇게 해서 녀석의 지갑엔 가볍고 빳빳한 지폐 대신 무겁고 소리 나는 동전이 들어갔습니다. 녀석의 입이 벌어지면서 지갑을 들고 흔듭니다. 엄마한테 가서 자랑합니다.

“엄마, 나 돈 많아요.”“아유, 돈 많아졌구나! 좋겠다.” 과정을 지켜보고 있던 아내가 맞장구를 칩니다. 마음으로 말합니다. ‘아들아 속여서 미안하다. 이 돈 다 네 통장에 다 넣어줄게.’

http://blog.empas.com/simsulvo/8271418

■ 친절도 배려도 지켜야할 선이 있다

너무 많이 의식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친구나 동료, 이웃을, 심지어는 전혀 모르는 낯선 사람들도 의식한다. 어떻게 말하고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신경을 쓰며, 무엇을 하든 상대방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의식한다.

그렇다고 나를 위해 신경을 쓰는 것은 아니다. 남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의식하는 것은 더욱 아니다. 상대방을 불편하게 하지 않고 상대방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하는 게 정확할 것 같다.

실은 나도 이런 부류이기에, 때로는 지나친 친절이라는 말을 듣기도 하지만 내 행동이 상대방에게 우선순위를 둔 배려라고 생각했다. 내 자존심이 상할지언정 내가 더 많이 양보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나야 어떻든 상대방이 좋아하면 나의 기쁨이요 행복이라고 자위했으니까!

그런데 이런 행동이 지나치면 줏대 없는 사람으로 몰리게 된다. 겸손한 사람이라며 인정해 주기도 하지만 악용하는 사람을 만나게 되면 하루 아침에 머슴, 하인으로 전락되고 만다. 그래서 처세하기가 힘든 것이다. 좋은 사람이라고 떠받들면서 시시콜콜 모든 것을 요구하며 선의의 마음으로 해주다 보면, 어느덧 이게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무조건 해주는 게 좋은 것만은 아니다. 해줘서 상대방에게 유익하고 이득이 될 때가 있고 냉정하게 맺고 끊음으로써 상대방에게 더 값진 가치를 줄 때도 있으니까!

자신만의 선은 있어야 될 것 같다. 그 선이 분명할수록 쌍방간에 도움이 될 것 같고 한쪽으로 지나치게 치우치지 않는 중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선을 긋고 지켜 나간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자신만의 선이란…. 내면의 깊이와 삶의 질로 설정되는 또다른 구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http://blog.empas.com/nsjkms/7949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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