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치러진 키르기스스탄 대선에서 압도적인 지지로 대통령에 당선된 쿠르만벡 바키예프(56ㆍ사진) 대통령 직무대행이 당선 일성으로 중앙아시아에 배치된 미군의 철수를 요구하고 나섰다.
그는 11일 수도 비슈케크에서 가진 첫 기자회견에서 “키르기스에 배치된 미 공군기지 배치문제가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서 논의됐다”며 “아프간의 상황이 변한 만큼 미군 철수를 논의하는 것은 옳다”고 말했다.
또 “아프간에 전쟁도 없고 중앙아시아에 대선과 총선이 치러져 상황이 안정된 만큼 이 지역 기지 배치 문제를 논의하는 것은 시의적절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대표적 야당 지도자로 ‘레몬 혁명’으로 불리는 3월 시민 무혈혁명을 주도한 바키예프는 아스카르 아카예프 전 대통령 퇴진 직후 대통령 직무대행 겸 총리로 재직하며 정국 안정과 혼란 극복을 위해 노력해 왔다. 경제 전문가인 그는 2001년 총리에 발탁됐으나 이후 대표적인 정부 비판론자로 돌아섰다.
하지만 대통령 직무대행 동안 새로운 정책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받으면서 이번 대선에서 최대 경쟁자인 펠릭스 쿨로프 내무장관을 총리에 임명할 것을 약속하는 등 정치적 타협을 일궈냈다. 바키예프 당선자와 쿨로프 장관은 협력과 경쟁을 거듭한 끝에 5월 권력분할을 위한 빅딜에 합의했다.
1991년 소련 붕괴 후 15년 간 키르기스를 철권 통치해온 아카예프 정권 붕괴를 일으킨 반정부 시위의 중심지인 남부 잘랄 아바트 주 출신인 바키예프는 남북지역에서 고른 지지를 받아왔다. 그러나 북부 출신으로 비슈케크 시장을 지낸 쿨로프 장관과 협력하지 못하면 남북대립이 심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러시아 큐비쉐프 소재 종합기술연구소에서 공부한 그는 러시아인 아내 타티야나와 사이에 두 아들을 두고 있다. 1979년 가족과 함께 잘랄 아바트로 돌아온 뒤 90년 콕 양각 마을위원회 제1서기에 오르며 정치에 입문, 92년 잘랄 아바트 주에 이어 97년 동부 이시크 쿨 주지사를 역임했다.
장학만 기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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