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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달라졌네

입력
2005.07.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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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정말 달라졌나.”

9일부터 서울 그랜드 힐튼 호텔에서 열리고 있는 남북 경제협력추진위원회 제10차 회의를 지켜보는 남측 회담 관계자들은 북측 대표단의 변신에 깜짝 놀라고 있다. 발언부터 일정 조정, 회담의제 제시까지 확 달라진 자세로 회담에 임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끝난 15차 남북 장관급 회담에서 한 차례 확인됐듯 북측 대표단은 이번 회담에서도 유연한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북측은 회담 기간 내내 “밀린 사업은 올해 내로 완료하자”, “경제협력에 새로운 사고 방식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과거 회담에서는 들을 수 없었던 발언이다.

북측은 또 남북 균형ㆍ상생발전 논리로 경협사업의 비전을 제시하기도 했다. 과거 경추위 회담에서 “남측의 경협 의지가 부족하다”고 질타하거나, 남측의 제안에 조건을 달고 자신들이 필요한 부분만 얻어가겠다는 태도에서 크게 달라진 것이다.

반대로 기선 제압을 위해 회담장에서 상투적으로 늘어놓던 정치적 발언은 사라졌다. 남측 회담 관계자는 “십 수년 남북회담에 나가봤지만 북측이 요즘처럼 실용적인 자세를 보인 적이 없다”고 말했다.

회담형식 자체에도 변화가 이어졌다. 북측은 “논의해야 할 문제가 많다”며 과거 회담 일정에 항상 포함됐던 참관행사도 생략했다. 대신 4차례나 위원장, 위원 개별접촉을 갖고 “남북이 상호 보완할 수 있는 노동력, 기술, 천연자원 등을 기초로 사업을 펼쳐나가자”며 갖가지 새로운 사업을 제시했다.

또 3개월에 한 번 꼴로 열리는 정기회담 외에 개성 등지에서 수시로 위원장 접촉을 갖고 협력사업 속도를 높이자는 제안도 했다.

이 같은 변화는 6ㆍ17 김정일 국방위원장-정동영 통일부 장관 면담에서 감지됐다. 북측이 남측의 대북협력의지에 대해 진심을 이해하고 남북관계를 자신들의 대내외 문제 해결의 돌파구로 여기게 됐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또 6자회담 복귀와 맞물려 북측 지도부가 실용주의에 대한 ‘중대 결심’을 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물론 북측이 경제협력분야가 아닌 정치 군사문제에서는 달라진 게 없을 수도 있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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