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가장 싫어하는 표현이 정무인 것 같다.”
청와대가 11일 실시한 대통령비서실 조직개편에 따라 ‘정무’라는 말이 들어간 자리를 찾아볼 수 없게 되자 이 같은 얘기가 나왔다. 청와대 계선조직의 수석비서관 뿐 아니라 비서관 직제에서 정무라는 단어는 사라지게 된 것이다.
청와대는 지난해 5월 정무수석을 폐지한 이후 마지막 남은 정무라는 말이 들어간 자리는 비서실장 직속의 정무기획비서관이 유일했다. 이 자리마저 이날 조직개편으로 업무조정비서관과 통폐합돼 기획조정비서관으로 바뀌었다.
물론 노 대통령이 지난 5월 김두관 전 행자부장관을 정무특보로 임명한 바 있다. 하지만 정무특보는 평소 청와대에서 근무하지 않는 무보수 명예직이어서 통상적인 청와대 참모 조직으로 볼 수 없다.
따라서 3공화국 이후 청와대 비서실에서 정무 관련 자리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할 수 있다. 과거 역대 정권에서 정무수석이 실세 참모로 통했던 점을 감안하면 정무수석이나 정무기획비서관을 없앤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청와대는 이번에 정무기획비서관을 없애는 대신 정책실장 직속으로 대(對) 정당 및 국회 업무 등을 담당할 정책조정비서관을 신설했다. 이에 대해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은 “정치적으로 당정 분리이지만 정책적으로는 당정 일체로 가는 것”이라면서 “당정간 정책 협의는 더욱 긴밀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처럼 정무수석 또는 정무비서관의 폐지 배경을 ‘당정 분리’ 원칙으로 설명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정무수석, 정무기획비서관 폐지는 청와대의 여당 개입 및 야당과의 물밑 협상 등 과거의 정치 행태를 멀리 하되 정책을 중심으로 국회ㆍ 당과의 관계를 긴밀히 하자는 뜻”이라고 말했다. 정무수석 등이 있으면 조직 속성상 정치에 개입하는 일을 기획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게 청와대측 설명이다.
그러나 최근 정치현안을 직접 언급하는 노 대통령의 움직임은 정무수석ㆍ비서관 폐지의 취지와 다르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연정론을 제기하는 등 정치현안에 깊이 관여하는 모습은 당정 분리와도 배치된다는 지적이다.
또 대통령은 누구보다도 정무적 판단을 잘 해야 한다는 논리에 따라 “당정분리 원칙 때문에 정무 관련 자리를 없애는 것은 무리수”라는 지적도 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당정 분리 고수보다는 효율적 국정운영이 더 중요하므로 오히려 대통령의 정치적 판단을 돕기 위한 참모 기능을 보완, 강화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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