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역 중소기업의 공장부지가 고층 아파트단지로 변모하고 있다. 최근 경기불황으로 기업들의 생산활동이 위축돼 해외로 이전하거나 문을 닫는 업체가 늘면서 텅 빈 공장부지 내 아파트 건설이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지역 시민ㆍ경제단체들은 공장부지 내 아파트 건설은 막대한 개발이익에 따른 특혜 의혹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물론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역행하는 일이라며 강력 반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인천 남동구 고잔동 일대 72만여평의 ㈜한화공장 부지는 충북 보은군으로 이전한 뒤 2006년부터 2009년까지 대규모 복합주거단지로 개발된다.
한화는 이곳에 아파트 1만2,000여가구를 지어 내년 하반기부터 일반 분양하고, 개발면적 중 58%인 42만여평에는 산책로와 공원, 골프연습장 등을 조성해 인천시에 기부채납하기로 했다. 사업비 2조4,100억원은 한화와 금융회사인 화인캐피탈이 공동 부담한다.
한화공장 부지는 지난해말 인천시로부터 주거ㆍ상업용지로 개발하기 위한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받아 현재 실시계획인가를 진행하고 있다.
기존의 공장 부지가 아파트단지로 탈바꿈하기 위해 공사에 들어간 곳도 상당수다. 현대자동차계열 건설사인 ㈜엠코는 인천 부평구 삼산지구 내 1만2,000평의 현대다이모스 공장 부지에 3월 아파트 708가구를 지어 일반에 공급했다. 또 풍림산업은 4월 남구 학익동 회사 부지 2만여평에 아파트 2,020가구를 건립했고, 대림산업은 서구 검단2지구 1만7,000평의 대림통상 부지를 아파트단지로 조성, 1,000여 가구를 4월 일반 분양했다. 이 회사는 최근 경기 오산시 오산동 충남방적 공장부지 3만7,000평에 2,400여가구 아파트를 공급하기도 했다.
이밖에 남구 학익동 동양제철화학도 폐석회 처리에 따른 공장부지 38만여평 개발계획이 마무리 단계에 와 있어 공장 이전이 추진중이다. 회사측은 이 곳에 고층 아파트단지와 공원 등을 개발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인천시 관계자는 “현재 공장 이전을 추진하거나 검토중인 업체는 10여곳에 달한다”며 “지역경제가 좀처럼 하락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공장 이전에 따른 제조업 공동화 현상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들은 이처럼 공장 부지에 대단위 아파트를 짓는 것은 특정업체에 대한 특혜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 단체는 “인천시가 공장 부지를 주거ㆍ상업용지로 용도를 변경, 고층 아파트나 상가 시설을 짓게 해 줘 업체들이 정상적인 생산활동을 하지 않고도 엄청난 개발이익을 챙기고 있다”고 비난하고 “개발이익의 상당부분을 지역에 환원하지 않으면 실력 행사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지역 경제단체들도 지역경제 활성화에 역행하는 행위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들은 “극심한 경기불황이 지속되고 있고, 내수경기는 풀릴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는 마당에 공장 이전은 실업난은 물론 지역경제 활성화에 찬물을 끼얹는 처사”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또 “ 최근 정부가 수도권 일대 첨단공장의 증설을 허용해주는 방안을 추진중이지만 인천ㆍ경기지역은 제조업 등 공장 신ㆍ증축이 아직도 어려운 실정”이라며 “기업들이 해외로 떠나가는 등 지역이탈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는데 공장부지에 아파트를 짓는다면 지역경제는 더욱 침체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고 주장했다.
대다수 주민들은 휴식공간 확충을 바라고 있다. 주민들은 “인천지역은 녹지공간을 비롯, 각종 시설을 갖춘 공원이나 문화공간이 크게 부족하다”며 “이 같은 실정을 감안해 공장부지에 아파트를 지을 것이 아니라 주민들이 즐겨찾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대규모 근린공원이나 문화광장 등으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입을 모았다.
송원영 기자 wy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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