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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이렇게 잡자] (2) 풀린 돈을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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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이렇게 잡자] (2) 풀린 돈을 잡아라

입력
2005.07.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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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돈 한푼 안들이고 집사는 방법이 있어요. 전세를 끼어서 일단 아파트를 산 뒤에 모자라는 금액은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거예요. 담보한도 때문에 은행대출로는 모자란다고요? 그건 보험사나 저축은행에서 받으면 되죠.”

1주택 보유자가 집을 두 채, 세 채로 늘릴 수 있는 비결은 의외로 간단하다. 지난달 양도소득세 탈루혐의로 국세청에 적발된 무속인 김 모씨도 주택구입→담보대출→주택구입→담보대출의 확대재생산 고리를 이용해 134억원이나 대출을 받아 집을 36채까지 늘렸다.

현 부동산버블의 발원지는 ‘돈’이다. 심리만으로 거품이 부풀지는 않는다. 풍부하다 못해 넘쳐 흐르는 유동성이야말로 불붙은 부동산가격의 ‘연료’인 것이다. 부동산세제 강화, 수급불균형 해소, 공공개발 확대 등 아무리 다양한 투기억제대책을 펼치더라도, 근본적으로 돈을 통제하지 않고서는 집값 버블을 꺼뜨리기 힘들다.

돈의 문제는 두 가지다. 하나는 풀린 돈이 너무 많다는 것(과잉유동성)이고, 다른 하나는 돈이 부동산쪽으로만 흐르도록 되어 있다는 것(주택담보대출)이다. 돈을 통제한다고 할 때, 양과 흐름을 다 제한하느냐 아니면 둘 중의 하나만 제어할 것이냐에 따라 부동산시장 및 국민경제에 미치는 효과는 전혀 상이할 수 있다.

MMF, MMDA, 6개월미만 저축성 예금 등 은행과 투신권 단기성 수신상품에 들어있는 자금은 4월말 현재 410조원. 지금은 갈 곳이 없는, 갈 곳이 있다면 언제라도 움직일 수 있도록 단기상품에 머물고 있는 ‘부동(浮動)자금’들이다. 전체 수신의 51%에 달하는 규모다. 부동자금이 400조원을 돌파하고, 총 수신의 절반을 넘어선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통화당국이 금리를 올려 이 엄청난 부동자금을 빨아들인다면 집값을 잡을 수 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금리를 1%포인트만 올려도 투기심리는 어느 정도 진정될 것이고 2%포인트만 올리면 확실히 잡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리인상이 옳은 처방인지는 논란이 많다. 정부 관계자는 “금리인상은 일반가계의 이자부담을 늘려 위축된 소비지출을 더 얼어붙게 할 것”이라며 “금리를 올리면 부동산 뿐 아니라 아예 경제 자체를 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금리인하가 경기회복에 도움을 못 줬던 것처럼 금리인상도 경기침체를 부추기지는 않을 것인 만큼 더 이상 금리인상을 늦출 이유가 없다”는 반론도 많다.

금리인상의 실효성과 위험성 논란 때문에 돈의 양 보다는 돈의 흐름을 규제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바로 주택담보대출의 규제다. 6월말 현재 은행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179조원으로 2001년 말(85조원)에 비해 94조원이나 늘어났다.

보험사나 저축은행 대출을 포함할 경우 4년반 동안 주택담보대출을 통해 아파트로 흘러 들어간 돈이 무려 100조원이 넘는 셈이다. 주택담보대출이야말로 과잉유동성이 부동산시장으로 흘러가는 통로이고, 이 통로를 닫아야만 투기도 잡고 ‘모지기 회사’로 전락해버린 은행의 자금중개기능을 정상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주택담보대출을 규제하면 일반서민들의 내 집 마련까지 어려워지게 된다”는 반론도 있지만, 2주택 이상 보유자에 한해 담보인정비율(LTV)을 지금보다 훨씬 더 낮추고 대출금리도 대폭 인상한다면 선의의 피해자 양산은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을 것이란 지적이다.

버블을 치워버리려면 어떤 형태로든 부동산에 더 이상 돈이 흘러가지 못하게 해야 한다. 나아가 이미 부동산에 잠겨 있는 돈도 빼내야 한다. 그래야 돈이 증권시장에도 가고, 중소기업에도 간다. 금리만 올릴지, 주택담보대출만 규제할지, 금리인상+대출규제를 병행할지 정책의 선택만 남아 있을 뿐이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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