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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비핵화'카드 군축 제의등은 철회 '긍정 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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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비핵화'카드 군축 제의등은 철회 '긍정 신호'

입력
2005.07.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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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개월 만에 재개되는 4차 6자회담은 이전 3차례 회담과는 질적으로 다를 것으로 보인다.

정부 당국자는 “동물의 세계에서 임신기간이 길수록 진화된 후세가 태어나듯 준비기간이 유난히 길었던 이번 회담은 이전과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이 이런 전망을 낳게 하는 것일까. 우선 북한의 6자회담 목표가 ‘한반도 비핵화’쪽으로 중심 이동했고, 한국의 역할이 커지는 동시에 북미 양자접촉의 지평이 넓어져 실질적 협상이 진행될 것이기 때문이다.

▦한반도 비핵화 -남북간 '비핵화' 이미 교감"건설적 논의 국면 전환용"

북한은 10일 회담복귀 선언 후 첫 일성으로 4차 회담의 목표를 ‘한반도 비핵화’로 규정했다. 김계관_힐의 베이징 회동 후 미 관리들도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를 내걸고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이미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6월 17일 정동영 통일부장관과의 면담에서 “한반도 비핵화는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라고 단언한 바 있다. 결국 회담 판세는 한반도 비핵화를 바라보는 남북한, 미국의 시각에 따라 결정될 것 같다.

그렇다면 북한은 왜 이 카드를 꺼냈고 비핵화의 핵심은 무엇인가.

1992년 한반도 비핵화 선언은 매우 이중적인 내용물이다. 90년대 초반 사회주의 붕괴를 목도한 북한은 위기감속에서 한반도 비핵화 선언을 마련했지만 그 이면에서는 플루토늄 핵무기 확보에 박차를 가하면서 1차 북핵 위기를 조성했다. 비핵화 선언을 휴지조각으로 만든 지 12년 만에 이 카드를 다시 꺼낸 것이다.

일각에서는 북핵 해결이라는 회담 목표를 남북한 비핵화로 변질시키려는 의도에 주목한다. 자신들의 핵 포기가 아닌 남북 핵의 동시 해결이라는 모양새가 걸린다는 것이다.

이 경우 주한미군 시설에 대한 핵 사찰 및 검증 등이 암초로 등장할 수 있다. 그래서 북측의 이 화두를 곱지않게 보는 시각이 엄존한다.

하지만 당국자들은 비관론을 배척한다. 비핵화에 대한 남북간 교감이 이미 이뤄졌고, 결코 지연전술용이 아니라는 것이다. 비핵화 의제를 북한이 과거 의제를 철회하고 건설적 논의를 개시하기 위해 내놓은 ‘국면전환용’이라는 것이다.

외신들이 힐_김계관 회동에서 북한이 군축 회담제의를 철회하고 미국도 북한의 고농축우라늄프로그램(HEU)을 문제 삼지 않겠다는 이면 합의가 있었다고 관측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북한은 한반도 비핵화 선언에 포함된 평화적 핵 이용을 카드로 확보하는 동시에 남북간 핵협의를 통해 6자회담을 풀어가는 ‘자주적 방식’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남북주도론 -남북이 서로를 지렛대 활용남북대화, 또다른 채널될 듯

정부 당국자는 “6자 회담이 유일한 틀이었으나 이제는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북핵 문제의 또 다른 채널로 남북 대화가 자리잡을 것이라는 얘기이다. 남북이 서로를 지렛대로 활용하는 방식으로 6자 회담을 이끌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는 부시 행정부라는 벅찬 상대를 맞아 북한이 내린 불가피한 선택이다. 또한 한미의 북핵 해법을 ‘선(先)핵포기 후(後)보상’으로 이해하고 있던 북한이 남측의 중대제안 등을 통해 핵 포기와 대가가 동시에 진행될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한 당국자는 핵 동결ㆍ폐기의 단계마다 에너지 지원, 경제지원, 임시적인 다자 안전보장이 이뤄지고, 폐기 완료 후 대규모 경제지원과 항구적 안전보장이 이뤄지는 구상을 북한이 이해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특히 북측이 신중히 검토중인 남측의 중대제안은 북한의 동결 폐기 이행시 중유지원, 철도 및 전력 등 인프라지원, 경수로를 대체할 화력발전소 건설, 북한 장기 경제 개건 계획 협조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 북측이 상당한 관심을 표시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한국은 미국과 북한을 동시에 설득하면서 핵 폐기와 보상을 조율하는 주도적 역할을 맡을 수 밖에 없다.

▦핵폐기와 안전보장의 빅딜 -北美 양자접촉 지평 넓어져美강경파 목소리도 작아져

북핵 문제의 가장 큰 분수령은 역시 북핵 폐기와 대북 안전보장의 교환이다. 일단 여건은 상당히 호전됐다. 김계관_힐 회동을 통해 북미양자 대화 가능성이 커졌고 힐 차관보가 4차 회담 직전 방북해 북측 의중을 탐색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특히 미국 내 상황이 많이 나아졌다는 점도 주목된다. 한국의 중대제안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확산되는 데다, 강경파가 자제하는 동시에 6자회담 수석대표인 힐의 행동 반경은 커지고 있다.

김정일 위원장이 정 장관으로부터 다자안전보장 설명을 듣고 고개를 끄덕인 점도 의미가 크다. 하지만 이는 북미간의 신뢰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이영섭 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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