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많은 국가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나라는 중국이다. 총 2만280㎞에 걸쳐 14개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다. 그동안 국경분쟁 협상이 중국 외교의 중심이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이 최근 인도 러시아 등을 포함해서 주요 국경분쟁 대상국과의 협상을 매듭지은 것은 중국 외교의 큰 성과라 할 만하다.
중국은 1978년 본격적인 개혁개방과 함께 화평굴기(和平崛起)론에 입각해 주변국들과의 우호적인 관계 유지에 힘 썼는데 주요 국경협상들이 원만하게 타결된 것도 이런 외교정책의 결과다.
△ 중국은 주변국들과의 국경협상에서 쌓은 신뢰를 중요한 외교자산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 결과물의 하나가 상하이협력기구(SCO)이다. 1996년 상하이에서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3개국이 ‘상하이 5’를 결성했다. 이 모임의 원동력은 중국이 이들 나라들과의 국경협상 과정에서 구축한 신뢰였다.
2000년에는 중국과 국경을 접하지 않은 우즈베키스탄도 이 모임에 참가, 이듬해 6개 회원국들 간의 정치 경제 문화 등 다방면의 교류와 대테러 활동 협조를 목적으로 한 SCO가 공식 출범했다.
△ 중국은 SCO를 군사안보와 에너지 확보 측면에서 중요한 전략 지역인 중앙아시아 진출의 발판으로 삼고 있다. SCO는 중국이 주도하는 최초의 지역협력 안보기구이기도 해서 중국이 들이는 공은 지극하다.
중국은 우즈베키스탄의 석유와 가스 개발 등에 2007년까지 10억 달러의 차관을 제공키로 했으며 궁극적으로 이들 나라들과 자유무역지대 창설까지 내다보고 있다고 한다. 해안지역에 비해 낙후한 내륙지역 발전에 접경국들과의 협력을 적극 활용하는 것은 중국의 내륙 발전전략의 일환이기도 하다.
△ 지난 5,6일 카자흐스탄 수도 아스타나에서 열린 SCO정상회의가 중앙아 주둔 미군의 조기 철수와 이 지역의 정권교체에 외세개입 반대를 천명하고 나섰다.
9ㆍ11 테러 이후 테러와의 전쟁을 명분으로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 키르기스스탄 등 3개국에 공군기지를 확보하고 중앙아의 정치 군사 에너지 분야 영향력 확대를 꾀해온 미국으로서는 낭패가 아닐 수 없다. 미국이 집요하게 구축해온 중앙아시아 등지에서의 대중국 봉쇄망을 보기 좋게 벗어나고 있는 중국 4세대 지도부의 외교역량이 돋보인다.
이계성 논설위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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