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관리들은 4차 6자 회담 재개 일정 합의가 나온 이후 대외적 입장 표명의 수위를 회담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는 데 맞췄다.
콘돌리사 라이스 국무장관은 10일 베이징(北京)에서 리자오싱(李肇星) 중국 외교부장과 회담한 뒤 일정 합의에 대해 "이것은 첫 단계일 뿐이며 중요한 것은 회담에서 진전을 이루는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 타임스도 10일자에서 미 관리가 "회담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른다"고 말한 것을 옮기면서 "미국 관리들은 분명하게 기대감을 낮추려 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은 북한이 모든 핵 프로그램을 폐기할지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다. 북한이 플루토늄 프로그램뿐 아니라 고농축 우라늄(HEU) 핵 프로그램도 폐기해야 한다는 게 미국의 입장이지만 북한은 HEU 계획을 인정하지 않고 있어 타협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미국의 입장에도 변화가 보인다. 북한이 6자 회담의 목적을 군축 협상 같은 광범위한 문제가 아닌 비핵화로 좁힌 것을 평가하고 있다고 외신은 전했다.
비핵화라는 말에 플루토늄과 HEU 계획 모두를 포괄할 수 있다면 HEU 계획의 존재 인정을 둘러싼 대립을 비껴갈 수 있다. 이 점에서 미국이 북한에 HEU 프로그램을 다시 인정토록 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 보도가 의미심장하게 읽힌다.
그동안 미국은 회담 재개를 위해 3차 회담 때 제시한 대북안을 바꿀 의사가 없다는 점을 확인하면서도 회담이 열리면 탄력을 둘 수 있다고 밝혀 왔다.
북한의 핵 폐기와 상응해 미국은 안전보장을, 다른 국가들은 에너지를 제공한다는 게 이 안의 핵심이다. 탄력의 가장 큰 여지는 에너지 제공에 있다. 미국이 북한에 추가 인센티브를 주는 일은 없겠지만 다른 국가의 대북 지원에는 융통성을 둘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은 10일 북한의 6자회담 복귀 선언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중국 지도부의 첫 공식 반응이다.
후 주석은 이날 베이징(北京)을 방문한 라이스 국 국무장관의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 이렇게 말하고 회담 당사국들의 노력에 대해 감사의 뜻을 표시했다.
워싱턴=김승일 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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