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집단소송제 도입 과정에서 대립했던 정부와 정치권, 그리고 재계가 이번에는소비자 집단(단체)소송제를 놓고 다시 마찰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재정경제부와 국회가 소비자 권익 보호 등을 목적으로 각각 소비자집단ㆍ단체 소송제 도입을 추진하고 나서자 재계가 공동 대응을 통해 도입 반대에 나서겠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현재 재경부는 소비자단체소송을, 일부 국회의원들은 소비자집단소송을 주내용으로 하는 소비자보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재경부의 소비자단체소송은 일정 요건을 갖춘 소비자단체 등이 소비자 권익을 침해하는 사업자(기업)의 위법 행위에 대해 법원에 금지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의원들이 추진하고 있는 소비자집단소송은 대표 당사자가 소비자 권익 침해 행위의 금지를 요구하거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에 대해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등은 법 개정 철회 등을 위해 공동 대응하기로 하는 등 크게 반발하고 있다.
전경련 관계자는 “올해부터 시행된 증권 집단소송제가 정착되기도 전에 소비자보호법 개정을 통해 집단소송 분야를 확대하는 것은 가뜩이나 힘든 기업의 경영 활동을 크게 위축시키는 것으로 시기상조”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과 일본의 경우 집단소송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입법을 추진하거나 아예 도입을 유보한 상태”라며 “집단소송제를 확대하는 법 개정을 철회하고, 증권 집단소송제가 부작용 없이 정착되도록 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상대적으로 집단소송 대응 능력 등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의 반발은 더 거세다. 중소기업청이 최근 152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소비자집단ㆍ단체 소송제 도입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 기업의 76.9%가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 반대 이유로는 ‘경영비용 증가, 소송 남발 등 부작용이 심각하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49.6%, ‘현행법으로도 소비자 보호가 충분하다’는 대답이 45.4%를 차지했다. 소비자집단ㆍ단체 소송제 도입이 미치는 영향으로는 ‘경영위축’(59.9%)을 가장 우려했다.
이에 따라 전경련은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대한상공회의소 등과 함께 경제단체 공동건의문 등을 발표, 법안 심의 과정에서 재계 의견이 반영되도록 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식품안전기본법안의 입법 추진으로 식품 분야로까지 집단소송제 적용이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한국식품공업협회 등과 협조 체제를 구축해 대응해 나가기로 했다.
이종수 기자 j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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