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과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ㆍ태 차관보 라인이 기대를 모으고 있다.
빌 클린턴 미 정부 시절 강석주 북한 외무성 부상과 로버트 갈루치 차관보가 제네바 핵 합의를 이뤘듯이 6자 회담에서 북한과 미국의 수석대표로서 마주할 두 사람이 북핵 해결의 한 가닥을 열 수 있을까. 9일 밤 베이징(北京)에서의 두 대표간 만찬 접촉은 그 희망에 작은 불씨를 지폈다.
북미 대표가 6자 회담 개최 일정을 잡은 것은 중국의 호스트 역할이 돋보였던 이전 세 차례의 회담 과정과는 사뭇 다르다. 3차 회담까지는 중국이 다른 6자 회담 참여국의 합의를 모아 회담 일정을 발표하는 형식을 취했다. 특히 미국은 다자 회담을 강조하기 위해 북한과 별도 채널이 구축되는 것처럼 비쳐지는 것을 극도로 피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북미간 직접 대화 채널이 전면에 부상한 느낌이다. 중국 관리가 두 대표의 만찬을 주선 했지만 두 대표간 대화의 주변적 역할에 머물렀다. 한국을 비롯한 다른 참가국은 두 대표간 회동 자체를 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힐 차관보가 콘돌리사 라이스 국무장관보다 하루 앞서 중국에 간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김 부상과의 접촉 일정이 잡힌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두 대표의 직접 접촉은 향후 6자 회담에서 양측의 대화 공간이 더욱 넓어질 가능성을 시사한다. 다자 회담의 곁가지로서의 양자 접촉이 아니라 북미가 실질적인 양자 협상을 할 기회가 더욱 커졌다는 얘기다.
주목되는 것은 힐 차관보의 동선이다. 대북 강경파의 견제에 짓눌렸던 제임스 켈리 전 차관보와는 달리 그의 걸음엔 탄력이 붙어있다. 그는 평소 필요하다면 방북할 생각도 있다고 내비칠 정도로 북한과의 대화에 적극적이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으로부터 미국 외교의 전권을 위임받은 라이스 장관의 현실적 힘을 무시할 수 없는 대북 강경파들도 그에 대한 견제의 고삐를 일단은 풀어 준 듯하다. 부시 정부 내의 이런 역학 관계 변화는 힐 차관보의 대북 협상력에 힘을 보태는 요인이다. 그러나 4차 회담에서 북한의 양보를 끌어내지 못할 경우 강경파들의 반격이 그를 기다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김승일 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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