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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스스로 부른 대학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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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스스로 부른 대학의 위기

입력
2005.07.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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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대학은 비대하다. 10년에서 15년 후면 고교 졸업생 수가 지금의 절반 수준인 30만 명대로 급감한다. 대학도 몸집을 줄여야 한다. 하지만 대학 스스로가 구체적인 노력을 하지 않는다. 교육인적자원부가 800억원이란 당근을 들고 구조 개혁과 특성화를 채근하니 그제서야 일부 대학이 마지못해 몸을 움직인다. 대학의 구조 개혁이 이렇게 더딘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대학의 자율성을 내세우면서도 대학 구성원들이 이기주의에 빠져 스스로 개혁을 할 노력은 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학은 학생 수 감소에 따른 재정 손실, 치열한 대내외적 교육 경쟁으로 인해 대학의 존립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는 상황에 대해 너무 안일한 자세만 보이고 있다.

소수 명문 대학들은 기여입학제, 고교 등급제 및 본고사 부활로 명성에 기대어 손쉽게 재정 문제를 해결하고 우수한 학생들을 선발하려고 한다. 즉 대학내 학문 발전과 교육의 질은 답보한 채 대학내 구조 조정은 하지 않으려고 한다. 여건이 더 안 좋은 중하위권 지방 대학들도 구조 조정에 더디다.

교수들의 밥그릇 챙기기

아이러니컬하게도 대학구조 개혁의 걸림돌은 대학의 자율성을 주장하는 교수들이다. 대학 교수들은 정원감축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자기와 자기학과가 구조 조정의 대상이 되어야 함을 인정하지 않고 반발한다.

대학 구조 개혁이 선택과 집중의 신자유주의식 교육정책이라고 비난할 수도 있다. 학문의 자유도 좋고 소수 기초학문의 보호도 좋은 얘기다. 그러나 저출산으로 격감할 대학 입학생의 수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지 않은가. 교육문제를 지나친 시장논리로만 해결하는 것은 문제이지만 그렇다고 시장 자체를 무시해서는 안될 것이다.

사실상 학문의 자유와 소수학문 보호의 주장 이면에는 교수들의 전공 이기주의와 밥그릇 지키기가 도사리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학부제의 편법 운용과 전공예약제 등으로 학생을 볼모삼아 제 밥그릇을 지키려고 안간힘을 쓰는 교수들이 많다. 이들은 학과, 전공의 벽을 허물고 새로운 학제를 만드는 개혁에 반발하며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개혁을 저지하려고 한다.

이들에겐 학교와 학생 그리고 국가는 안중에도 없고 교육철학과 정책비전도 없다. 이들은 공멸하면 공멸했지 먼저 죽지는 않겠다는 각오를 하고 있다

구조 개혁에서 대학은 모순에 빠져 있다. 학교 대외적으로는 자본과 시장원리를 옹호하고 대학의 자율성을 주장하는가 하면, 대내적으로는 이 원칙과 주장을 전혀 적용하려고 하지 않는다. 따라서 우선 대학내 전공과 학과에 학문의 시장 논리를 도입하여 자체 변혁을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세상이 변하면 학문도 변해야 한다. 아니 오히려 학문이 앞서서 사회 변화를 이끌어 내야 하는데 그동안 우리 대학은 상아탑에만 안주하며 세상의 변화를 외면해왔다. 인문학의 예를 들어 아직도 그렇게 많은 정원의 독문과가 존재해야 하는지, 그리고 문예창작과는 시와 소설 창작에만 매달여야 하는지 진지하게 반성해야 할 때다.

대학의 구조 개혁은 학문의 시장원리를 도입하여 커리큘럼의 개정과 학과통폐합을 유도하는 한편 태평세월을 못 잊는 기득권 교수들을 설득하여 개혁에 동참시키는 일이 되어야 한다. 이런 작업이 대학의 자율적 구조 조정의 첫 단계가 되어야 할 것이다.

자율적 구조조정 동참해야

대학이 자신의 문제와 모순을 스스로가 인정하지 않은 채 대학의 위기를 정부나 외부 환경 탓으로 돌리려는 자세는 떳떳하지 못한 자세이다. 대학 구성원 주체인 교수들이 현실을 인정하고 양보하고 타협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만약 대학 교수들이 이런 이성적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면 대학의 구조 개혁은 어느덧 타율적인 힘에 의해 강제로 진행될 지 모른다. 그것이야말로 대학의 자율성을 크게 해치는 일이 될 터인데 이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대학 교수들 스스로가 져야 할 것이다.

현택수 고려대 인문사회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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