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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 軍의 사기는 '즐거운 병영'에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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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 軍의 사기는 '즐거운 병영'에서 시작

입력
2005.07.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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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발생한 군부대 총기사고로 나라가 떠들썩하다. 대형사고를 꼼꼼히 살펴보면 ‘돈이면 만사가 해결된다’는 한탕주의식 사고, 자기만 편하면 타인에게 피해가 되어도 괜찮다는 비윤리성, 남이 보지 않는다면 대충 하려는 몰지각성 등이 만연된 게 근본적인 원인이 아닐까 싶다.

연천의 일반전초(GOP)부대 총기사고는 개인주의적이고 풍요로운 풍토에서 생활해온 신세대의 특성과 획일적이고 통제성이 강한 군대 문화가 상충된 상황에서 의사소통의 창구가 없어 발생한 사고로 진단된다.

1983년 7월 필자가 포항의 해병부대 중대장으로 부임할 즈음 발생한 2건의 총기사고가 떠오른다. 신변을 비관해 내무반에서 총기로 자살한 이 일병의 죽음, 그리고 그와 의형제를 맺은 김 하사가 이틀 뒤 부대연병장에서 총기 난동을 일으킨 사건이다. 사고가 난 후 우리 중대는 상급부대의 조사와 검열, 주위의 따가운 눈총에 시달렸다.

부대원의 사기는 땅에 떨어졌다. 상급부대에서는 관행대로 ‘강력한 훈련과 통제를 통해 기강을 바로 세우고 외출, 외박, 휴가를 금지하라’는 지시가 하달됐다. 그러나 부하들의 마음의 문을 두드리기 위한 조심스러운 지휘 조치를 하면서 개별 상담을 해보니 훈련과 통제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다.

군부대의 특수성과 해병이라는 자부심으로 충만한 그들이지만, 한편으로 누적된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대상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기계와 같이 되풀이되는 생활에 염증을 느껴 삶의 의미를 상실한 이들도 있었다.

부대를 원상으로 회복하기 위해 다양한 제도를 만들었다. 계급 간 의사소통을 원활하기 위해 이병에서 하사까지 대표자를 선발해 주1회 ‘중대 발전 신바람회의’에 참석하게 했다.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업무회의를 했고 모든 중대원에게 결과를 공표했다. 훈련소를 갓 수료한 막내해병의 부대생활 적응을 돕기 위해 ‘막내 도우미 제도’를 도입해 경험이 많은 상병이 애로 사항을 듣고 조치하도록 했다.

‘모범 해병제도’를 만들어 소속 분대와 소대의 발전에 힘쓰는 병사들을 포상했다. 분위기 정착에 노력한 지 3개월 여 만에 병사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군인은 사기를 먹고 산다’는 말이 있다. 반복되는 생활을 하는 군부대에서는 관행에 젖어 부하들에 대한 관심이 식어버리기 쉽다. 그렇게 되면 사기가 떨어지고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군 전투력 향상은 병사들이 마음의 문을 열고 즐겁게 병영 생활을 하는 데서 시작된다.

최상용 예비역 해병대 소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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