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어제 언론사 간부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우리 정치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한다면 내각제 수준으로 대통령의 권한을 이양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언론사를 통한 간접 대화 형식이긴 하지만 국민을 향해 국정 현안에 대해 소상히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노력은 얼마든지 평가할 만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정이니, 내각제니 하는 정치적 의제를 계속 강조하는 자세를 재확인한 것은 유감스럽다.
정치의 구조적 문제가 있다면 이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며 지금 노 대통령이 나서 일거에 해결될 성질도 아닐 것이다. 또 해결된다고 해서 대통령의 권한을 내놓겠다고 하는 말도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직을 자의적으로 여기는 비헌법적 발상이다. 대통령의 헌법적 권한들을 어떻게 여야가 합의해 나눌 수 있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지난 며칠 전부터 노 대통령은 여소야대 구조로 인해 대통령직을 수행하기 어렵다며 연정의 필요성을 주장해 왔지만 그 표현 수위와 방식이 점점 민감한 영역으로 들어서는 느낌을 준다.
노 대통령은 당장의 경제 사정과 국민 형편, 시급한 정책 현안들을 더 집중적으로 말해야 한다. 이런 국사를 옆으로 밀어두고, 권력구조의 변경을 초래할 수 있는 일에 대해 집요하게, 그 것도 증폭시켜 언급하는 것은 이 시점에서는 잘못된 국정 의제 설정이다.
여소야대 구조를 바꾸는 것이 정국의 문제를 해소하고, 국정현안을 해결할 수 있는 올바른 방식이 될 수가 없다. 오히려 정치불안과 국민혼란을 유발하는 걱정스러운 결과를 낳는 쪽으로 노 대통령은 접근하고 있다.
노 대통령은 ‘선의’를 말하지만 선의만을 강조할 만큼 대통령의 책임은 한가하지 않다. 대통령이 나서 주창하는 정치변동은 갈등과 정쟁을 격화시키기가 더 쉽다. 여소야대 구조에서 대통령이 할 일은 야당과의 대화와 협력에 진력하고 타협을 도출하는 생산 정치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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