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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1등기업을 무너뜨린 마케팅 전략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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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1등기업을 무너뜨린 마케팅 전략 33

입력
2005.07.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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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일본 아사히맥주는 신제품 ‘슈퍼 드라이’를 앞세워 48년 만에 기린맥주를 제치고 만년 2위의 설움을 씻어냈다.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던 아사히맥주의 대역전극은 무한 경쟁시대 비즈니스 세계에 영원한 1등 기업은 없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시장을 주도하는 기업들이 막강한 자본력과 신기술을 앞세워 난공불락의 요새를 만들어가고 있지만 허점은 있게 마련이다. 이스라엘의 연약한 청년 다윗이 돌팔매로 블레셋의 거인 장수 골리앗을 쓰러뜨린 것처럼 아무리 작은 기업이라도 자신만의 전략을 이용해 대기업을 제압할 수 있다.

독일의 보안시스템 컨설턴트로 기업들의 성장전략을 꾸준히 연구해 온 클라우스 슈메의 ‘1등기업을 무너뜨린 마케팅 전략 33’(원제 David Gegen Goliath)은 시장에서 다윗의 신화를 재현한 33개 기업들의 지략을 소개한다.

저자는 일반인의 눈에는 보이지 않은 기회를 적절히 이용한다면 제아무리 시장이 포화 상태라 할지라도 후발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틈새는 존재하고, 불패의 아성은 언제든지 무너질 수 있다고 말한다.

책은 ‘다윗 기업’이 ‘골리앗 기업’을 누른 사례들을 통해 ‘한 수 위의 컨셉트’ ‘한 수 위의 기술’ ‘한 수 위의 조건’ ‘한 수 위의 마케팅’ ‘한 수 위의 경영’이라는 공통된 성공요인을 제시한다.

독일의 맥주회사 외팅어와 시사잡지 포커스는 차별화한 상품과 서비스라는 ‘한 수 위의 컨셉트’로 승부한 기업이다. 광고 한번하지 않고도 맥주의 본고장 독일에서 4위에 오르는 괴력을 발휘한 외팅어의 무기는 간소한 유통망과 가격 경쟁력, 최신 설비를 통한 품질 유지였다.

포커스는 시사잡지의 절대 1인자 슈피겔과는 달리 현대적 감각의 디자인 개념을 도입하고 실생활정보를 집중적으로 게재해 시장의 강자로 떠올랐다.

헝가리의 데이터 복구전문회사인 퀴르트는 ‘한 수 위의 기술’로 시장을 뒤집은 예. 궁핍했던 사회주의 시절 쌓아올린 기술력이 냉전종식과 더불어 꽃을 피웠다.

PC운영체제 리눅스는 무료이기 때문에 ‘한 수 위의 조건’으로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즈에 대항할 수 있었다. 카우보이 광고 하나만으로 RJ레이놀즈의 담배시장 지배를 뒤집은 필립 모리스의 말보로는 ‘한 수위의 마케팅’으로 톡톡한 재미를 보았고, ‘한 수 위의 경영’ 덕분에 가장 작은 자동차 업체인 포르쉐는 매출 대비 최고 수익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저자는 이들 성공요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행운과 뛰어난 아이디어를 오랜 시간에 걸쳐 발전시켜나가는 인간이라고 말한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대제국을 건설한 이면에는 IBM이 실수로 최초의 PC 운영체계인 MS도스에 대한 모든 권리를 넘긴 행운과 기회를 놓치지 않고 시장변화에 공격적으로 대응한 빌 게이츠라는 뛰어난 경영자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는 경제 전문가들이 오랫동안 신봉해온 결국 ‘결정은 인간이 한다’는 통설이 여전히 진리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책은 저자의 국적 때문인지 독일시장에서 성공한 다윗 기업을 주로 다루고 있다. 우리와 비슷한 인구 규모와 자원을 가진 나라에 있는 작은 기업들의 성공담이어서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자동차 시계 속옷 광고기획 프로축구 영화 영화배우 등 다양한 분야의 성공사례들을 담은 것도 눈길을 끈다.

미미한 존재에 불과했던 기업들이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신기술을 무기로 시장을 조금씩 점령해가는 과정은 긴박감 넘치는 스포츠 중계를 보는 듯한 즐거움을 준다.

조너선 로우, 팜 코헨 팰러풋 공저의 ‘1등 기업에는 있고 2등 기업에는 없는 것’ 등 유사한 내용의 책들이 세계적인 1등 기업의 성공비결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기업들의 성장사를 소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책이다.

다만 여러 기업들의 성공 전략을 통해 저자가 제시하는 비즈니스 모델은 그 동안 수없이 출간 된 마케팅 서적들이 담고 있는 내용과 별반 차이가 없어 아쉬움이 남는다. 델 컴퓨터를 넬로, 재고율을 재고률로 표기하는 등 잦은 오ㆍ탈자도 책의 완성도를 떨어뜨린다.

라제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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