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7일 편집ㆍ보도국장 간담회에서 “내각제 수준으로 대통령 권한을 이양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것은 내각제 개헌을 추진하겠다는 의중을 드러낸 것으로 분석된다.
‘권한 이양’은 그 전에도 나왔던 말이지만 ‘내각제 수준’이란 표현은 처음으로 의미심장하다. 특히 ‘지역구도 해소’ 등의 조건을 달기는 했지만 선거를 통하지 않더라도 실질적으로 대통령의 권력을 내놓을 용의가 있다는 것은 예사롭지 않다.
‘내각제 수준의 권력 이양’은 연정을 통해 선출되는 책임 총리에게 각료 인사권을 포함한 대통령 권력을 대부분 넘기겠다는 의미다. 분권형 대통령제 또는 이원집정부제가 대통령과 총리가 내치의 권력을 분점하는 것이라면 내각제는 총리가 내치 뿐만 아니라 외치에서도 권력을 행사하는 구조다.
노 대통령은 지난 해 17대 총선이 끝난 뒤부터 총리 권한을 강화하는 등 분권형 대통령제와 유사한 국정 운영을 해왔다. 하지만 ‘내각제식 권력 이양 ’은 분권형 국정운영에서 몇 걸음 더 나아가 대통령 권한을 대폭 넘긴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6일 대국민 서신에서도 “지역구도 해소를 위해 대통령 권력의 절반 이상을 포기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내각제식 권력 이양이 현행 헌법 내에서 가능한 지는 불분명하다. “총리의 각료 제청권 등을 적극 활용한다면 내각제식 국정운영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는 주장도 있지만, 현행 헌법 내에서 내각제식 권력이양을 하는 것은 대통령의 책임을 방기하는 것일 뿐 아니라 위헌이라는 반론도 적지 않다.
이런 논란을 감수하면서까지 노 대통령이 ‘내각제식 권력 이양’용의를 밝힌 것은 일단 연정론 불씨를 계속 살리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민노당이나 민주당과의 소(小)연정이라도 추진해볼 수 있다는 현실적 판단을 한 듯 하다. 궁극적으로는 내각제 개헌론을 확산시키기 위한 포석의 성격이 더 짙다.
여권의 핵심 관계자는 “노 대통령은 평소 순수 대통령중심제 보다는 내각제와 분권형 대통령제 등을 선호해왔다. 내각제 흐름을 주시해보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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