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사람들이 ‘보뚜(boto)’라고 부르는 분홍 돌고래는 나이 지긋한 노인의 아름다움과 태아의 아름다움을 동시에 지닌 신비로운 동물로 알려져 있다. 이빨고래의 후예로 1,500만년 전에 출현한 것으로 추정되는 분홍 돌고래는 구슬 같은 눈, 긴 주둥이, 곱사등, 날개를 닮은 지느러미와 분홍 피부가 얼마나 매혹적인지 처음 대하는 순간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다고 한다.
그래서 아마존 유역에는 분홍 돌고래가 아름다운 여자나 멋진 남자로 둔갑해 사람의 넋을 빼앗아 황홀한 수중도시로 사라진다는 전설까지 전해지고 있다.
■ 최근 인터넷에 사진이 올려지면서 관심을 끌기 시작한 분홍 돌고래는 미국의 여성탐험가 사이 몽고메리에 의해 새로 태어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몽고메리가 처음 분홍돌고래와 조우한 것은 방글라데시에서다. 호랑이를 찾아 정글을 헤매다 흙탕물 속에서 연분홍 빛을 띤 둥그런 형체가 떠올라 너울거리며 유영하는 모습을 처음 본 순간, 이 미지의 동물이 자신의 잃어버린 쌍둥이라고 느낀다.
이후 이 돌고래는 몽고메리의 꿈 속을 유영하며 그녀를 분홍 돌고래의 전설이 무성한 아마존으로 이끌었다. 몽고메리는 마침내 꾸루꾸 곶에서 분홍 돌고래와 함께 강물 속을 유영하는 황홀한 경험을 한다.
■ 네 번에 걸친 아마존 탐험을 통해 몽고메리가 발굴해낸 분홍돌고래의 이야기는 ‘아마존의 신비, 분홍돌고래를 만나다’라는 책을 통해 널리 알려졌다. 시집을 연상케 하는 이 책은 희귀동물인 분홍돌고래의 생태는 물론, 아마존 토착민들의 삶, 인간과 분홍 돌고래 사이에 얽힌 아름다운 설화 등을 꿈결에 듣는 노래처럼 전해주는 자연탐사서다.
보스턴글로브의 칼럼리스트이자 탐험가인 몽고메리는 이 밖에도 ‘호랑이의 마력’ ‘유인원과의 산책’ ‘야생의 계절’ 등 지구생태에 관한 독보적인 저술을 남겼다.
■ 주5일 근무제 확산으로 보람도 얻고 취미도 살릴 수 있는 여가생활을 좇는 사람이 늘고 있다. 허겁지겁 쫓기듯 살아가던 일상에서 벗어나 한숨 돌리며 내팽개쳐진 자아를 찾아 나서겠다는 의미 있는 시도다.
아직은 유흥과 휴식의 비중이 크지만 점점 자아 발견에 할애하는 시간이 늘어날 것이다. 몽고메리가 분홍 돌고래를 자신의 쌍둥이로 느끼고 탐험에 나선 것처럼, 우리 가슴 속에 숨겨진 분홍 돌고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은 우리 모두의 꿈이 아닐까.
방민준 논설위원실장 mjb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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