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법원이 6일 중앙정보국(CIA) 비밀요원 신분누설 사건을 심리할 배심원에 취재원을 공개하라는 명령을 거부한 뉴욕 타임스의 주디스 밀러(57ㆍ여) 기자를 법정 구속, 수감했다.
워싱턴 연방지법 토머스 호건 판사는 밀러 기자의 가택연금 요청을 기각하면서 대배심의 심리가 끝나는 10월까지 또는 그녀가 법정에서 취재원을 공개할 때까지 수감할 것을 명령했다.
그러나 같은 사건으로 취재원 공개 명령을 받은 시사주간 타임의 매튜 쿠퍼(42) 기자는 법정 증언을 통해 취재원을 공개하겠다고 밝혀 구속을 면했다. 쿠퍼는 “구속될 각오를 했으나 재판 직전에 취재원이 자신의 신분을 밝혀도 좋다는 연락을 해왔다”고 말했다.
밀러에겐 법정모독죄가 적용됐지만 쟁점은 언론의 취재원 보호와 정부의 수사권 사이의 충돌이다.
밀러 는 “언론인이 취재원으로부터 비공개 약속을 지킬 것이라는 신뢰를 받지 못한다면 언론인의 역할을 할 수 없고 자유언론도 존재할 수 없다”며 “가장 자유롭고 공정한 사회는 정부가 밝히기를 원하지 않는 정보를 공개하고 보도하는, 언론 자유가 존재하는 사회”라고 말한 뒤 구속 집행에 응했다.
그러나 패트릭 피츠제럴드 특별검사는 “5만 명의 언론인이 취재원 공개 여부에 대해 제 각각의 결정을 내리도록 용인할 수 없다”며 “밀러에게 법정모독을 저지르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많은 부분은 그 자신을 법 위에 놓는 것이 용서될 수 있다는 다른 사람들의 오도된 응원”이라고 말했다.
뉴욕 타임스 7일자는 장문의 사설에서 “뉴욕타임스와 직원들에겐 자랑스럽고도 끔찍한 순간”이라며 “그는 보다 더 큰 자유,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에 의해 언론에 부여된 그 자유를 위해 개인의 자유를 포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CIA 비밀요원 누설 사건은 보수적 칼럼니스트 로버트 노박이 2003년 새해 국정연설에서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언급한 이라크 핵 물질 구입 시도설을 반박한 조지프 윌슨 전 이라크 대사의 부인 발레리 플레임이 CIA 요원이라는 사실을 컬럼에 공개하면서 비롯됐다. 윌슨 전 대사는 부시 정부 관리들이 자신에 대한 보복으로 부인의 신분을 누설했다고 비판, 공식 조사가 시작됐다.
노박의 칼럼 게재 3일 뒤 쿠퍼는 타임의 웹사이트에 비슷한 내용을 올렸으며, 밀러는 플레임에 대한 이야기를 직접 기사화하지는 않았지만 노박에게 칼럼 재료로 알려줬다.
1977년부터 뉴욕 타임스에서 일해온 밀러는 탐사 보도로 퓰리처 상을 수상했고, 알 카에다에 관한 그의 책은 베스트 셀러에도 올랐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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