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로를 통한 금강산 관광길이 열린 지 1년 반. 관광객을 실은 버스는 하루에도 수십대씩 비무장지대(DMZ)와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남과 북을 오가고 도로ㆍ철도 연결을 위한 양측의 핫라인도 수시로 가동되고 있다. 그러나 관광도로 양측으로는 최전방 경계초소(GP)와 북측의 동굴진지가 삼엄한 경계태세를 늦추지 않는 등 남북 소통의 동맥인 동해선 DMZ 주변은 평화와 긴장의 묘한 이중주가 흘렀다.
5일 강원 고성군 현내면의 XXX관측소(OP). 우리 군이 운용하는 동쪽 끝이자 최북단의 OP건물 2층에 금강산 관광에 따른 군사실무를 협조하고 통제하기 위한 출입국사무소(CIQ) 군(軍) 상황실이 자리잡고 있다. DMZ를 관할하는 유엔사령부측이 사무실 한쪽을 사용하고 우리측이 나머지 반쪽을 사용하고 있다.
상황실 한켠에 마련된 ‘대북전용통신실’이라는 부스가 눈에 띄었다. 관광객의 출입국과 도로ㆍ철도연결을 위한 장비ㆍ자재의 이동문제를 북측과 협조하기 위한 핫라인 팩스가 설치된 곳이다. 관할사단 조형찬 중령은 “당초 오전과 오후 한번씩 전통문을 보내기로 합의했지만 2003년 9월 육로관광이 본격화한 이후 예상치 못한 사고 등으로 하루에 10여 차례의 전통문이 오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상황실에서는 통일전망대를 출발해 철책선 검문소와 MDL인근의 최종 경비초소, 북한측 CIQ로 연결되는 관광도로도 보였다. 마침 관광을 마친 버스 행렬이 북측 CIQ를 출발해 MDL을 통과한 뒤 우리측으로 넘어왔다. 육로관광이 일반화한 이후 단합대회를 겸해 금강산을 찾는 대학생들이 관광버스에 ‘우리 식으로 통일하자’는 플래카드를 부착해 상황실 장교들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한다고 근무자들이 전했다.
그러나 건물 3층의 OP전망대에서는 긴장감 가득한 군사대치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OP정면으로 보이는 북측 ‘엥카고지’에는 북측 OP가 자리했고 앞쪽으로 3개의 GP가 늘어서 있다. 이 가운데 한 GP에서 도로ㆍ철도연결 공사가 한창이던 2003년 우리측 GP를 향해 기관총 사격을 했다고 한다. 당시 북측은 핫라인으로 ‘오인사격’이었다고 즉각 사과했지만 우리 GP의 관측장비를 정확히 맞춘 점으로 미뤄 의도적 도발이 확실하다고 상황실 장교들이 전했다.
OP 관측장비로 관찰한 북측의 동굴진지는 깎아지른 구선봉 절벽 한 가운데 설치되어있어 자세히 관찰하지 않으면 분간하기도 어려울 정도다. 유사시 동해상으로 공격해 오는 전투기를 떨어뜨리기 위한 고사포가 숨겨져 있을 것으로 군 당국은 추정했다. 동굴진지 앞으로는 북측 CIQ임시건물이 서 있다.
도로가 뚫리고 철도공사가 마무리되어 갈수록 군 당국의 걱정은 늘어만 간다. 시원하게 뚫린 도로를 통해 유사시 적의 기계화 부대가 거침없이 밀고 내려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당국자는 “적 침투를 대비해 길목마다 습지나 낙석 등 10여종의 저지장치를 마련해 놓고 있지만 마음이 놓이지는 않는다”고 했다.
고성=김정곤 기자 j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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