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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窓] 기해거자(祁奚擧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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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窓] 기해거자(祁奚擧子)

입력
2005.07.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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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시대 기원전 579년, 진나라 중군의 장수인 기해(祁奚)가 은퇴를 청하자 진나라 임금이 그에게 최적의 후임자를 추천하라고 했다. 기해는 해호라는 자를 추천하였는데, 놀랍게도 두 사람은 세상이 다 아는 원수지간이었다.

임금이 괴이하여 까닭을 묻자 기해가 간단하게 답하였다. “임금께서는 적임자를 추천하라 하셨습니다.” 즉 원수라는 사실은 공무와는 별개라는 것이다. 그 뜻을 받아들인 임금이 해호를 임명하려는데 해호가 급사하는 일이 벌어졌다.

다시 임금이 적임자를 물으니 기해는 말했다. “오면 되겠습니다.” 오는 바로 기해의 아들이었다. 누가 봐도 오해받을 수 있는 행동이었지만, 기해는 주저하지 않고 아들을 추천한 것이다.

설상가상이랄까 마침 이때 기해의 부관인 양설직이 죽었다. 임금이 다시 기해에게 후임자를 물었다. “양설직의 아들인 양설적이 임무를 수행할 수 있습니다.” 이에 임금은 기오를 중군의 장수로 삼고 양설적을 부관으로 임명했다.

‘춘추좌전’에는 대략 다음 같은 말이 실려있다. “기해는 자기의 원수를 천거했지만, 원수에게 아첨을 한 것이 아니었고, 자기의 아들을 추천했지만 편을 들었다고 할 수 없다.

또 자기 부하의 아들을 천거했으나 파당을 만드는 것이 아니었다. ‘서경’의 ‘치우치지도 않고 파당을 만들지도 않으니, 군왕의 도는 지대무변(至大無邊) 하다’는 말과, ‘시경’의 ‘그 사람이 덕이 있기에 그에게 추천 받은 사람들도 훌륭하다’라는 말이 모두 기해를 두고 말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위의 내용이 바로 중국인이 ‘기해거자(祁奚擧子)’라고 말하는 고사다. 직역하면 ‘기해가 자식을 추천하다’, 즉 인재를 추천하는데 사심 없이 적임자만을 추천하는 태도를 말한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남에게 인재를 추천해 달라고 부탁할 때 기해가 되어달라고 말하기도 한다.

필자 같은 범부는 아마 사람을 추천할 때 다음 같은 우를 범할지 모른다. 나와 관계가 안 좋은 사람은 그 능력까지도 인정을 아니 하거나, 또는 능력이 있어도 가족이나 친한 사람 중의 하나라면 혹시 남들이 오해할까 봐 스스로 그만두거나….

더욱이 임금은 기해의 공평무사(公平無私)를 알아 보았다. 그래서 필자는 진나라 임금도 기해의 덕을 구현시킨 명군이라 생각한다. 요즘 매체에서 인사청문회, 복수차관제 등의 기사를 보고 불현듯 고사가 생각나 적어보았다. 오늘 우리에게도 기해 같은 분들이 많기를 바란다.

박성진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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