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오름의 고장인 양양까지 왔다면 시퍼런 동해를 지나칠 순 없는 일. 낙산과 하조대가 법수치리와 가깝다.
4월 양양 산불에 휩쓸린 낙산사는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온다. 신라 문무왕 11년(671년)에 의상대사가 관음을 친견하고 창건했다는 천년고찰이다. 이곳에서 보이는 바다의 절경은 동해에서 몇 손가락에 꼽힌다.
낙산사와 불의 악연은 역사가 깊다. 신라 원성왕 2년에 불로 사찰이 다 탔다는 기록이 그 첫번째로 이후 몽골의 침략, 임진란과 한국전쟁때 완전 소진됐던 절이다. 그리고 그 때마다 큰 원력(願力)으로 복원되길 여러 번. 올해 산불로는 원통보전과 많은 요사채가 타버렸고 보물인 동종이 녹아 내렸다.
홍예문을 지나 경내로 들어서 제일 먼저 찾은 곳은 사찰의 맨 윗자락인 원통보전이 있던 곳. TV뉴스화면에 화마에 무너져 내리던 그 건물이 있던 자리다.
터만 덩그러니 남아있고 시커멓게 그을린 7층 석탑 외로이 슬픈 빛으로 내려다보고 있다. 참배하는 신도나 관광객의 얼굴엔 저마다 한일자 주름 하나씩 깊게 새겨졌다. 안타까움이다. 경내는 그 어느 때보다 숙연함으로 가득했다.
해수관음상과 홍련암으로 이어지는 오솔길은 숯덩이들이 도열해 그 때의 참상을 얘기하고 있다. 까맣게 탄 울퉁불퉁 소나무 껍질은 반질반질 윤이 난다. 손으로 만지니 까만 먼지로 바스라지는 껍질.
바위 동굴위에 지어진 홍련암은 바로 옆 요사채만 태우고 불을 피했다. 남해 보리암, 강화 보문사와 함께 국내 3대 관음도량중 하나. 신도들은 관음보살의 보살핌 때문이라 했다.
마루 바닥에는 가로 세로 10cm 가량의 구멍이 있어 이를 통해 절벽에 들이치는 저 아래 큰 파도를 보노라면 싸늘한 전율이 느껴진다.
양양=이성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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