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계에서 평신도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스님 목사 신부 등 출가자와 성직자들의 권위에 눌려 뒷전에 머물러 있던 평신도들이 신앙심과 사회에서 축적한 경험, 능력 등을 기반으로 각 교단의 운영, 신앙 문제 등에 대한 발언권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 스님들의 각종 비리의혹이 불거져 홍역을 치른 불교 조계종에서는 지난 4월부터 공식 신도단체인 중앙신도회가 불교환경연대, 참여불교재가연대 등 재야단체와 함께 ‘청정교단수호 부패근절 비상회의’를 구성, 종단 자정활동의 전면에 나섰다. 과거 스님들의 허물이라면 무조건 덮어두기만 했던 신도단체가 이런 일을 하는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비상회의는 스님들의 비리 의혹 중 가장 큰 불교중앙박물관 공사 건에 대해 총무원 등과 합동으로 진상규명 조사를 벌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출가정신을 벗어난 스님들의 호화 사치생활에 대한 기준 마련, 종단 고위 소임을 맡고 있는 스님들의 윤리 강화를 위한 제도 마련 등 승가정신 회복을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오랫동안 스님들의 교육대상이었던 재가신자들이 오히려 스님들의 잘못된 행동을 바로잡겠다고 나선 것이다.
조계종 중앙신도회가 북한의 조선불교도연맹 전국신도회와 22일 금강산 신계사에서 첫 남북 신도단체 합동법회를 갖는 것도 특기할 만 하다.
그 동안 불교계의 대북 교류사업은 스님들이 주도해왔으나 이번 건은 신도회 관계자들이 개성 등에서 북측과 직접 실무교섭을 벌였고, ‘6ㆍ15공동선언실천, 조국통일기원북남(남북) 불교도 합동법회’로 이름지은 행사도 스님들을 배제한 채 신도들만의 행사로 치르기로 했다. 신도회는 이외에도 밀가루 학용품 불교용품 지원 등도 지속적으로 추진키로 했다.
신행활동에서도 신도회의 독자적인 활동이 강화되고 있다. 스님들만의 점유물로 여겨져 왔던 안거(승려들이 여름, 겨울 3개월씩 한 곳에 머물러 수행하는 것)를 지난해 여름부터는 가정과 직장을 가진 재가 신자들에 맞는 형식으로 대폭 바꿔 진행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조계종 안팎에서는 이런 흐름을 수 십년 간 종단 내 주요 직위와 권한을 독점하면서 출가 본연의 정신에서 벗어나 방종에 흐르는 스님들이 많아진 데 대해 신도들이 견제에 나선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개신교 평신도들의 활동은 신앙활동에 치중하는 편이다. 평신도들로 구성된 정의평화를위한기독인연대는 지난달부터 이 달 초까지‘평신도, 금기에 도전한다’는 주제로 5회에 걸쳐 평신도아카데미를 가졌다.
교단 내 주요 지도자의 친일 시비, 성경 해석의 문제, 자본주의와 기독교의 공존 가능성 등 그 동안 목사들이 알면서도 모른체한 사안들을 평신도들이 모인 자리에서 공론화하는 자리였다.
공동대표 김동한 장로는 “교단의 이해관계에 얽매인 목회자들과 달리 평신도들은 신학적 문제에서 자유롭다”면서 “이제는 교회가 평신도가 주도하는 신앙공동체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새길교회 등 목사 없이 평신도들만으로 구성된 평신도교회가 10곳이 넘어섰고, 한 달에 한번씩은 평신도가 설교를 하는 교회도 생겨나고 있다.
신부와 신자 간의 위계질서가 엄격한 천주교에서는 평신도 활동이 그다지 뚜렷하지 않으나 교회 내 권위주의에 대한 비판은 1990년대 말부터 강해지고 있다.
최근 손병두 천주교평신도사도직협의회 회장이 그 동안 신부들만 기용됐던 서강대 총장에 선임된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천주교내에서도 평신도의 역할 확대는 피할 수 없는 추세다.
남경욱기자 kwnam@ 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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