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겨우 두 번 봤어요. 시청률이 높다니까 좋긴 하네요.”
국내 패션 산업의 태동기였던 1970년대를 배경으로 한 SBS TV 월화 드라마 ‘패션 70’s’가 인기 순항중인 가운데 세정그룹 박순호(61) 회장이 주인공 더미(이요원 역)의 실제 모델로 밝혀져 화제다.
박 회장은 남성복 ‘인디안 모드’, 여성복 ‘앤섬’ 등으로 대표되는 부산 연고의 패션 기업 세정을 비롯, 캐주얼 ‘니(NII)’의 세정과 미래, 세정악기 세정건설 등 11개 계열사를 거느린 세정그룹의 창업자.
극중 이요원처럼 내복 가게 점원으로 출발, 2004년 그룹 전체 매출 8,600억, 올해 예상 매출 1조원을 내다보는 탄탄한 기업을 일궈낸 성공 신화의 주인공이다.
‘패션 70’s’는 기획 단계부터 박 회장의 일대기를 염두에 두고 제작됐다. 제작사인 김종학 프로덕션 관계자가 패션 드라마를 기획하고 있던 지난해, 박회장이 창업 30주년을 맞아 출간한 자서전을 접하고 그 내용을 토대로 드라마의 큰 흐름을 잡았다. 주인공이 고아 여성인 것은 드라마적 설정이지만 산간 벽지 빈촌에서 태어나 부모 형제 도움 없이 홀로서기에 나섰다는 점에서는 일맥 상통한다.
“처음엔 개인사를 노출하는 것도 싫고 투자 비용도 만만치 않아서 안 할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국내서는 첫 패션 드라마 라니까, 평생 동안 국민 패션 기업을 만들겠다는 꿈을 가꿔 온 사람으로서 그냥 외면할 수 없더라고요.” 세정은 이 드라마의 공동 제작사로 25억원을 투자했다.
반신반의하며 공동 제작에 나선 드라마는 초반부터 시청률 25%를 넘는 높은 인기속에 주인공 이요원의 티어드 스커트와 히피 스타일을 대유행시키며 세정의 이미지를 높ㅊ이는 데도 기대 이상의 효과를 안겨 주었다.
광고 홍보팀 박경화씨는 “‘인디안 모드’는 알아도 세정은 모르는 사람들이 태반이었는데 이번에 패션 기업으로서 이미지를 공고히 하는 등 적어도 100억원 이상의 광고 효과를 얻었다는 내부 평가가 나왔다”고 밝혔다.
드라마는 현재 이요원이 ‘메리야스’ 도매상에 취직한 것까지 진행됐다. 다음 주부터는 1974년 부산 중앙시장에 세정의 모태인 메리야스 제조 판매상 동춘섬유공업사를 열고 열정 하나로 성공을 향해 달려가던 박 회장의 야망의 세월이 본격적으로 전파를 탄다.
“70년대는 부산에 가내 수공업 형태의 메리야스 공장들이 많았어요. 당시는 ‘하면 된다’는 진취적인 시대였지요. 드라마로 회사의 위상을 높이자는 게 아닙니다. 그런 시대 정신에 대해 국민이 공감하는 드라마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고 싶어서요.”
1년이면 설 명절에나 한번 새 옷을 입어 볼까 말까 하던 어린 시절부터 늘 옷이 좋았다는 박 회장은 “스무살 무렵부터 옷으로 성공하겠다고 고군분투했는데 이젠 그 세월을 TV드라마로 보게 됐다”며 빙긋 웃었다.
이성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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