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책이 사라지는 일은 없을 겁니다. 종이책과 전자책, 그리고 온디맨드(on demandㆍ주문형) 책이라고 하는 세 가지 출판 형태를 유기적으로 조합해 나가는 것이 (향후 10년 동안)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출판 방법일 것입니다.”
일본 중견출판사 치쿠마쇼보(築摩書房)에서 36년 동안 편집자로 활약하면서 올해로 10년째 TBS 책 소개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일본을 대표하는 편집자 마쓰다 데쓰오(松田哲夫ㆍ58)씨가 한국출판인회의 해외출판인 초청 세미나의 첫 강사로 방한했다.
직접 쓴 ‘인쇄에 미쳐’라는 책이 최근 국내에 번역 소개됐고, 아사다 아키라(淺田彰)의 ‘도주론’ 편집이나 ‘치쿠마 문고’ 기획으로 익히 편집 실력을 인정 받은 그를 새삼 눈여겨 본 것은 이번 강연의 주제가 ‘종이책의 미래’였기 때문이다.
그는 5, 6일 이어 서울 프레스센터 등에서 ‘10년 후 출판세계는 어떻게 바뀔 것인가’를 주제로 이야기했다. 신문, 책, 아니 다소 과장해서 말한다면 종이로 된 모든 것의 위기가 거론되는 시기에 전통 출판영역의 편집자가 격변의 미래를 객관적으로 진단할 수 있는가라고 묻는다면, 그는 충분히 그럴만한 자격이 있다고 할 수 있다. 2003년 11월부터 일본 최초의 전자서적 배송(配送)회사인 퍼블리싱 링크 사장을 겸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전자책 단말기를 생산하는 소니와 함께 일본의 대표 출판사, 신문사, 인쇄회사들이 ‘종이책 없는 세상’에 대비하기 위해 공동 출자해서 설립했다. 일본 최대 출판사 고단샤(講談社), 문예출판사 신쵸샤(新潮社)를 비롯해 이와나미쇼텐(岩波書店) 분게이??쥬(文藝春秋) 가도카와쇼텐(角川書店)과 아사히(朝日)신문, 요미우리(讀賣)신문, 인쇄회사 다이니혼(大日本)인쇄, 돗판(凸版)인쇄 등이 주주다.
마쓰시타(松下)전기가 2003년 10월 만든 ‘전자서적 비즈니스 컨소시엄’과 어깨를 겨루고 있는 이 회사는 일본보다 훨씬 먼저 전자책 서비스 사업을 시작한 북토피아 등 국내 업체들과 주주 구성이 비슷하지만 소니 같은 가전회사에다 주요 신문사와 인쇄업체까지 참여해 좀더 힘이 실린 형태라고 볼 수 있다.
“일본의 전자사전 시장은 2003년 제품 판매수나 금액에서 종이사전을 앞질렀습니다.” 최소한 10년 안에는 종이책의 역할이 있을 것이며 아직 전자출판 시장의 규모는 미미한 수준이라고 보는 마쓰다씨도 전자책이 급성장할 것이라는 데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전자출판의 시대가 되면 극단적으로 말해 편집자도, 출판사도, 유통업자도, 서점도 필요 없을지 모릅니다. 저자가 직접 독자에게 전하고, 독자는 저자에게 직접 감상을 말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는 “일본 출판계는 1996년 매출액 2조6,564억엔을 정점으로 2003년까지 마이너스 성장이 이어졌고, 독자가 베스트셀러에 편중되면서 스테디셀러가 줄어들고, 반품률이 늘어나면서 책이 단명화하는 현상 등으로 골치를 앓고 있다”고 소개했다. 위기를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당장 전자출판과 종이책을 조화하는 것이다.
“종이책을 발행하면서 바로 전자책 서비스를 하거나, 종이책을 일정 기간 팔고 절판할 때 전자책을 서비스하는 방식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또 전자책만 남았을 때 인쇄된 책을 원하는 독자가 있다면 온디맨드 책으로 대응하면 좋을 것입니다.” 그는 “책의 판매액이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 이상 종이책만으로는 독서 이탈현상을 막는 것이 어렵다”고 강조했다.
마쓰다씨는 또 지금은 “우선 종이책을 만들고 그 데이터로 새롭게 전자책을 만드는 방식이 일반적이지만 이 공정을 반대로 한다면 거의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전자책을 만들 수 있다”며 “전자출판이 확장되는 것은 결국 기존의 출판에 좋은 자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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