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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PL 어쩌나" 제작사들 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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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PL 어쩌나" 제작사들 울상

입력
2005.07.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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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심의규정은 PPL광고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는데 법원은 노골적인 PPL광고를 부추기는 판결을 내놓으니, 도대체 어느 장단에 춤을 추라는 말이냐.”

“방송 프로그램에 특정 기업의 제품이나 이미지를 노출시키는 PPL 광고를 냈더라도 효과가 없었다면 약정한 협찬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판결(5일자 9면 보도)이 나와 제작비 부족을 PPL광고 협찬금으로 충당해온 드라마 외주제작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해 방송된 SBS 드라마 ‘폭풍 속으로’의 제작사 JS픽쳐스가 게임업체 위버인터랙티브를 상대로 낸 이번 소송의 핵심은 ‘원고는 10회부터 24회까지 피고의 기업 이미지 및 게임 관련 사항들을 노출하고, 피고가 제공하는 에피소드를 원고와 협의해 4회 이상 심도 있게 다룬다’는 계약서 내용의 이행 여부. 재판부는 “피고회사 이미지가 단편적으로 노출되기는 했지만 드라마의 중심축을 형성하지 못했다”는 점 등을 들어 위버측 손을 들어줬다.

JS픽쳐스측 소송 대리인인 홍승기 변호사는 “노출이 약했다면 감액을 해야 마땅하지 아예 한 푼도 주지 말라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 재판부가 드라마 제작 구조나 PPL의 효과 등 방송 메커니즘에 대한 인식이 너무 부족하다”면서 항소 의사를 밝혔다.

이번 판결은 PPL광고를 둘러싼 분쟁에 대한 첫 판례로, 상급심에서 확정될 경우 심의 ‘규제’와 부족한 제작비 충당이라는 ‘현실’ 사이에서 줄타기를 해온 외주제작사들의 PPL 관행이 설 자리를 잃게 된다.

판결의 취지는 거칠게 말해 “돈 대는 회사의 이미지 제고를 위해 ‘확실하게’ 노출하라”는 것인데, 그럴 경우 심의 제재와 시청자들의 비난은 물론 작품 자체를 망칠 수 있다는 것이 제작사들의 주장이다. 판결이 알려진 뒤 JS픽쳐스측에 “괜한 소송을 걸어 긁어 부스럼을 만들었느냐”는 동종업계의 질책이 쏟아진 것도 그 때문이다.

한편 이번 판결을 계기로, PPL광고에 대한 어정쩡한 심의 규정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행 방송심의규정은 ‘방송은 (중략) 협찬주에게 광고효과를 줄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제작ㆍ구성해서는 안된다’(제47조 1항)고 규정, PPL를 원칙적으로 금하고 있다.

그러나 이어진 조항에 ‘특정상품 등을 구체적으로 소개하거나 의도적으로 부각시켜 광고효과를 주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해 심의기구에 ‘재량’을 부여했다. 이런 모순된 규정 탓에 ‘원칙은 금지, 실제로는 눈치껏’이라는 웃지 못할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한류 열풍의 경제적 효과를 들어 PPL광고를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방송협회도 최근 “PPL 금지는 문화산업 성장의 족쇄”라며 방송위원회에 규제 완화를 건의했다.

광고시장 위축에 따른 경영 악화를 ‘상업화’로 풀려 한다는 비판도 있지만, 외국산 자동차들이 ‘한류 드라마’ PPL로 아시아 시장에서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PPL에 대한 규제 일변도 정책은 재고돼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김기범 초록뱀미디어 대표는 “이제 드라마도 문화산업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면서 “제작사들도 작품성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PPL을 적절히 활용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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