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조업체들의 설비투자 규모가 외환위기 이전의 70% 수준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또 벌어들인 돈을 감안하면 중소기업보다 대기업이 투자에 더 인색한 것으로 나타났다.
6일 한국은행이 총자산규모가 70억원을 넘는 외부감사대상법인 4,941개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2004년 제조업 현금흐름 분석’에 따르면 설비투자에 필요한 기계류 등 유형자산 구입액은 지난해 업체당 평균 77억9,000만원으로 전년보다 31.4% 증가했다.
하지만 이는 외환위기 이전인 1994~97년 연 평균 유형자산 구입액(106억9,000만원)의 73%에 불과한 것이다. 경제규모가 커지고 물가가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제조업체들의 설비구입은 절대금액조차 환란전 수준에 미달하고 있는 것이다.
제조업체들이 물건을 팔아 벌어들인 현금 수입은 평균 142억8,000만원. 설비투자를 포함한 투자활동 전체에 쓴 돈은 109억9,000만원이었다. 기업들은 남은 33억원을 부채상환(12억원)과 배당금지급(15억원) 등에 썼고, 나머지는 현금으로 비축했다.
빚도 줄이고 현금도 쌓아둠으로써 결과적으론 현금흐름이 플러스 상태를 기록했지만, 이는 기본적으로 투자부진의 결과로 평가된다.
한편 대기업의 경우 영업활동으로 912억원의 현금을 벌어 646억원을 투자활동에 지출했다. 반면 중소기업들은 26억원을 벌어 29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은 현금수입의 70% 정도만 투자했지만, 중소기업들은 110%를 투자활동에 지출한 셈이다.
이성철 기자 sc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