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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속의 과학] 발맞추기 '共振'이 부른 붕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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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속의 과학] 발맞추기 '共振'이 부른 붕괴

입력
2005.07.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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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독재 시절인 1980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낸 사람들은 지긋지긋할 정도로 ‘발 맞추기’ 연습을 많이 했을 것이다. 진동하는 두 물체의 주파수가 같아지는 경우를 ‘공진(共振)’이라고 하는데, 바로 우리가 학교에서 배운 줄 맞추기, 발 맞추기와 같은 현상이다.

발 맞추기가 우리 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다양하다. 예컨대 성균관대 건축공학과 이동근 교수의 최근 연구결과를 보면 육교를 지나다니는 행인이 발을 맞춰 걷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 육교가 흔들리는 폭은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고 한다. 실제로 런던에 있는 ‘밀레니엄 다리’가 2000년 행인들의 발 맞추기에 의한 심한 진동때문에 폐쇄되기도 했다.

다리 개막식에 참석한 2,000여명의 행인이 동시에 발을 맞추기 시작하자, 다리는 옆으로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설상가상으로 흔들리는 다리에서 균형을 잡으려는 행인들이 흔들림에 발을 일제히 맞추기 시작해 새로 개장한 현대식 다리가 통제불능 상태에 빠지게 된 것이다. 즉각 폐쇄된 이 다리는 역사상 최초로 보행자의 발 맞추기에 의해 못쓰게 된 사례로 기록됐다.

공진 현상은 물체의 떨림, 즉 파동 때문에 생긴다. 한 개의 진동이 정확하게 같은 주파수를 가진 또 다른 진동과 만나면 그 폭이 현저하게 증가하는데, 이는 공연장 음향이나 성악가의 발성법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된다.

자연도 가끔 발 맞추기를 한다. 1940년 미국 워싱턴주의 타코마 다리가 갑자기 요동하기 시작하더니 지나가던 차량과 사람을 강으로 떨어뜨리고는 결국 스스로 무너져버렸다. 당시 기술자들은 어안이 벙벙했을 뿐 원인을 밝혀내지 못했다. 후일 이어진 수많은 실험과 연구결과, 다리 옆에서 불어오던 바람이 교량의 작은 흔들림과 발을 맞추기 시작해 결국 다리를 파괴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제서야 인간은 ‘자연의 발 맞추기’가 얼마나 위협적인지를 이해하게 됐다.

소리도 발 맞추기를 한다. 마이크로 들어간 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나오고 다시 마이크를 통해 들어가, 그 둘이 발을 맞추기 시작하면 찢어질듯한 고음이 끊임없이 이어져 나온다. 이를 ‘오디오 피드백’이라고 한다.

예술가들은 이런 불쾌한 현상까지 창의력의 소재로 삼았다. 1960년대 독일의 ‘더 몽크스’라는 밴드는 이 피드백을 음악에 처음 사용하기 시작했고, 비틀즈를 거쳐 지미 핸드릭스라는 기타리스트에 이르러서는 일반적인 연주기술로 자리잡았다. 라이브 공연장에서 기타의 지속적인 고음을 듣는다면, 그것은 바로 기타와 스피커가 발을 맞추며 공진 현상을 일으키고 있다는 뜻이다.

발 맞추기를 피해야 할 때도 있다. 들것을 나를 때는 네 사람이 반드시 발을 엇갈려야 운반하는 환자에 가해지는 진동이 줄어든다. ‘군대문화’의 영향 탓인지 한국 남성들의 발 맞추기는 유별난 수준이다. 외국인들은 “동양인 남자가 2명 이상 걸어가면 한국인은 쉽게 분별해 낼 수 있다. 왜냐하면 발을 맞춰 걷기 때문”이라고 농담 삼아 말하기도 한다.

이렇게 발 맞추기를 군사문화에 빗댄다면, 민주화란 발 맞추기를 그만 두는 것이 아닐까. 자연에서 공진 현상은 그리 유쾌한 결과를 불러오지 않기 때문에 이 세계는 발 맞추기를 교묘히 피해가도록 설계됐다. 최근 도저히 발을 맞출 것 같지 않던 각 정당들이 어렵게 발을 맞춰가려는 시도를 보면, 다양성을 미덕으로 삼는 지금까지도 발 맞추기에 대한 집착이 사라지지 않은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김주환 연세대 토목공학과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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