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4일 발트해 휴양지 스베트로고르스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총리와 작별하자 마자 싱가포르로 향했다.
그는 6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연설을 마친 뒤에 다시 스코틀랜드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푸틴 대통령 역시 바로 비행장으로 뛰었다. 5일 카자흐스탄에서 후진타오 (胡錦濤) 중국 국가주석 등 4개국 정상을 만난 그는 다음날 스코틀랜드 글렌이글스에서 시라크 대통령과 다시 악수를 나눴다.
세계가 정상외교로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3일 시작된 독ㆍ불ㆍ러 3국회담을 시작으로 유럽과 아프리카 대륙에서 줄줄이 주요 회담이 열리고 있다. 정상들은 이제 하루, 또는 이틀 단위로 다른 나라를 방문한다. 대통령이나 총리가 직접 만나지 않으면 일이 풀리지 않는 시대가 오고 있다.
공식수행원 규모를 맞추고 의제를 사전 조율할 시간 같은 것은 없다. 정상회담에서 합의에 실패하더라도 과거처럼 호들갑을 떨지 않는다. 또 만나 절충하면 그만이다. 시라크 대통령의 싱가포르 방문도 앞서 다녀간 토니 블레어 총리를 의식해 급거 마련된 일정이다.
6일 개막된 G8(선진7개국+러시아) 정상회의는 피크가 될 전망이다. 의장국인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는 중국, 인도, 브라질, 멕시코, 남아공 정상들을 옵서버 자격으로 공식 초청했기 때문이다. 신흥경제강국을 끌어 들여 총 참가국을 13개국으로 늘린 것이다.
핵심 의제는 아프리카의 빈곤퇴치, 지구 온난화 문제로 선정됐지만 실제론 ‘중구난방’이다. 후진타오 주석은 대만과 미국, 일본 및 유럽과 각각 빚어진 갈등을 푸는 게 목적이다.
중남미 맹주를 자부하는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브라질 대통령은 카리브해의 소국 아이티에 대한 지원을 호소하기로 했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도 회담에 앞서 덴마크를 첫 방문하는 등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러시아, 중국과 중앙아시아 4개국 정상들은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에서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를 갖고 미국의 영향력 확대를 경계하는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이들은 우즈베키스탄과 키르기스스탄에 주둔 중인 미군의 철수 일정을 제시하라고 촉구했다. SCO도 인도, 파키스탄, 이란, 몽골 등을 옵서버로 초청해 아스타나에만 모두 10개국 정상이 모였다.
아프리카 정상들도 이날 리비아에서 아프리카연합(AU) 제5차 정상회의를 열고 G8 정상들이 아프리카 빈곤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을 즉각 이행할 것을 촉구했다.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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