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경제가 저성장의 덫에 걸렸다는 경고가 여기저기서 나오는 시점에서 정부가 하반기 경제운용 방안을 내놓았다. 고유가 등의 여파로 부득이 성장률과 일자리 창출 목표를 각각 4%와 30만개로 낮추지만 공공 및 민간의 투자활성화에 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성장잠재력을 키워가겠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공기업과 기금의 투자규모 증액, 종합투자계획과 민자투자사업의 조기 집행, 의료ㆍ교육 등 서비스분야의 규제완화 등 늘 듣던 소리를 모아놓은 것 중에서 그나마 눈길을 끄는 것은 첨단산업에 한해 수도권 공장 신ㆍ증설을 선별 허용하고 저소득층 자산형성을 지원하겠다는 것 정도다.
하지만 지금 정작 필요한 일은 백화점식 처방의 나열이 아니라 우리 경제의 어려움을 똑바로 파악하는 통찰력과 문제를 타개하는 실행력이다. 담뱃값이나 고유가 등에 성장률 하락의 책임을 떠넘기거나, 하반기엔 민간소비 회복과 적극적 경기대책에 힘입어 모든 게 잘 풀려나갈 것이라는 식의 얘기로는 시장의 냉소와 불신만 더욱 키울 뿐이다.
난데없이 ‘정치구조 개편’을 들고나온 노무현 대통령이 경제민생점검회의에 불참한 것은 그래서 더욱 볼썽 사납다. 다. “힘없는 대통령에게 정부를 통솔해 경제도 살리고 부동산도 잡고 교육과 노사문제도 해결하라는 것은 비정상”이라서 투정 성격의 시위를 한 것으로 밖에 비쳐지지 않는다.
그래도 한 가닥 기대를 갖는 것은 “우리 경제가 하반기에도 현재 모습을 이어갈 수는 없다는 확고한 인식 아래 투자의 장애물인 각종 규제를 없애겠다는 대국민 약속이 이번 계획의 뜻”이라는 재정경제부 차관보의 설명이다.
이 약속이 또 한번의 공수표가 될지도 모르지만, ‘올인’이라는 극단적 용어와 불분명한 적개심으로 시장을 휘젓는 것보다는 백번 낫다. 합리성 대신 명분을 앞세우는 정책은 대부분 ‘역의 선택’, 즉 가장 원치않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이 상식마저 힘으로 누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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