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료원 행려환자 간호사들은 5일 복통 증세로 입원한 노숙자 이모(60)씨가 풀어놓은 보따리를 보고 아연실색했다. 30여년 노숙으로 거지와 다름없는 그가 메고 다니던 낡은 보따리에서 1만원권으로만 3,000여만원에 달하는 현금이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복통과 장염 등으로 제 집 드나들듯 이 병원을 찾았던 이씨는 병원에서 목욕을 할 경우에도 보따리를 몸에서 떼어놓지 않았다. 이날 한 남자 간호사가 “도대체 보따리 안에 뭐가 들었길래 그렇게 신주단지 모시듯 하냐”며 끈질기게 묻자 평소 자신을 유난히 따뜻하게 대해준 데 대한 감사의 표시로 복대처럼 몸에 지니고 다니던 보따리를 풀어보여 주었던 것.
이씨는 “30여년 노숙하면서 행인들에게 한푼 두푼 구걸한 돈을 모았다”며 “100원짜리 동전이 10개가 모이면 1,000원짜리가 지폐로 바꾸고, 1,000원짜리 10장이 모이면 은행에 가서 1만원짜리로 교환했다. 잃어버릴지 모른다는 생각에 아예 복대처럼 몸에 묶고 살았다”고 털어놨다.
부산=김종한 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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