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여권 수뇌부 모임에서 연정에 대해 언급했다고 한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법안 통과가 안 된다. 민주노동당이나 민주당과의 연정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는 것이다. 여권 관계자들은 일단 “여소야대라는 정책환경의 문제점” “다른 정파와의 연대” “정책별 공조” 등을 말한 것으로 설명하면서 당장 구체적 구상을 염두에 둔 발언은 아니라고 한다.
이 정도 말들을 갖고 노 대통령의 진의가 무엇인지를 정면으로 헤아리기는 부족하다. 또 거론됐던 민노당이나 민주당도 즉각 비난과 부정의 반응을 보이고 있어 실현 가능성을 점칠 수준은 아닌 것 같다.
그러나 구상의 구체성 여부를 떠나 노 대통령이 여소야대 상황에 놓인 정국과 국정을 타개하려는 발상이 떳떳하지도, 건전하지도 않다는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이 점에서 노 대통령은 비판을 사게 돼 있다.
노 대통령은 “정부와 여당이 비상한 사태를 맞고 있다”고 했다지만, 비상한 사태의 원인은 잇따른 정책실패와 무능, 민심이반 등에서 찾는 게 올바른 접근이다.
집권당과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10%, 20%대로 추락한 상태가 이를 말하고 있다. 노 대통령은 위기가 여소야대라는 외부요인이 아니라 자신들의 실정에서 파생, 누적돼 온 것이라는 점을 잊고 있는 듯하다. 얼마 전까지 1년 여 간 지속됐던 여대야소 시절 나라 사정을 되돌아 보면 이는 자명하다.
부동산 정책 하나만 보더라도 국정의 난맥과 표류, 국민 신뢰의 상실이라는 인과관계가 냉엄하기만 하다. 여권 수뇌부가 모인 자리라면 이를 되돌아 보고 진지하게 자성했다는 얘기가 들려야 할 텐데, 엉뚱한 소리나 흘러나오니 한 숨이 깊다. 실패를 만회하려면 정도로 가야 한다. 정치구도를 바꾸는 꾀를 내어 난국이 돌파된다는 착각을 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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