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 치료제 개발이 우선일까, 치료제의 저가공급이 우선일까.
개발을 중시하면 제약사는 이익을 보지만 약값은 비싸진다. 반대로 저가에 약을 공급하면 치료제 개발의욕은 꺾인다.
국제사회의 오랜 갈등 사안인 이 문제를 놓고 브라질 정부와 다국적 제약사 애보트가 일전을 벌이고 있다. 영국일간지 인디펜던트는 4일 이를 두고 “세계 에이즈 퇴치운동과 제약업계에 큰 파장을 가져올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브라질 정부는 지난달 24일 미국 애보트에 대해 에이즈 치료약 ‘칼레트라’의 가격을 내리지 않으면 특허권을 취소하겠다고 통보했다.
애보트사가 칼레트라 현지 생산권한의 임의조정을 통해 가격을 인상시킨 만큼 이를 10일 이내(이달 6일까지)에 시정하라는 요구였다. 애보트는 칼레트라 개당 가격을 1.17달러에서 절반 수준으로 내리지 않으면 브라질 시장을 포기해야 할 처지다.
상용화한 에이즈 치료제의 특허권이 제조국이 아닌 소비국에서 취소당한 사례는 지금까지 없다. 이 경우 브라질 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가 허가한 칼레트라 복제품을 생산할 계획이다. 에이즈 보균자가 60만명인 브라질의 치료제 시장은 3년 뒤 5억 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다.
애보트측은 “브라질의 요구는 자국민 이익을 위한 계략이며, 세계 9위 경제대국이 빈국들과 같은 논리를 펴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또 “브라질의 조치는 다양한 질병의 치료제 개발에도 부정적 결과를 가져온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세계보건기구(WHO)는 “브라질에 칼레트라의 특허취소 및 저가생산 권한이 있다”고 브라질을 지원했다.
국제구호기구 옥스팜 역시 “세계 에이즈 관련 예산의 67%가 고가 치료제 구입에 쓰인다”며 제약업계의 횡포를 비난했다.
이런 제약업계의 최대 지원자는 미국이다. 지난해 7월 국제에이즈회의에서 미국은 빈국들에 복제 약 생산권한의 포기를 강요, 자국 제약업계의 보호에만 급급하다는 비난을 받았었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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