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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간 청소년 교류 도운 日고지마씨에 수교훈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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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간 청소년 교류 도운 日고지마씨에 수교훈장

입력
2005.07.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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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주역인 한국인들이 좀 더 자신감을 가졌으면 합니다.”

30년 이상 자비로 한국인의 일본 연수와 한국인 유학생을 지원해온 공로로 4일 한국 정부로부터 수교훈장 숙정장(肅靖章)을 받은 고지마 료지로(小馬鐐次郞ㆍ77) 고지마프레스㈜ 회장은 한국인에게 하고 싶은 말을 이렇게 요약했다.

고지마 회장은 이날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에게서 훈장을 받으며 인상깊은 이벤트를 벌였다. 한국어를 전혀 못하는 그는 시상식을 위해 한국말을 배워 “과거 일본이 큰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사죄합니다. 일본인의 한 사람으로서 과거 빚을 갚는 마음으로 한국 학생 연수사업을 벌였습니다”라고 말한 뒤 두 손을 번쩍 들어 역시 한국말로 “대한민국 만세”를 외쳤다.

그는 인터뷰에서 “평범한 일본인으로서 응당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데, 한국 정부가 우연하게도 평가해줘서 내 생의 가장 큰 영광이라고 생각합니다”고 말했다.

고지마 회장의 공은 한 개인이 할 수 있는 최대치라 할 수 있을 정도로 크고 넓다. 고지마 회장은 1984년 ‘고지마국제육영협회’를 설립해 일본에 체류하는 한국인 유학생 20여 명을 포함해 개발도상국 연수생 180여 명에게 기숙사와 장학금을 제공했고, 92년부터는 한국인 70여 명을 일본으로 초청해 일본 대학생과의 교류를 주선해왔다. 고지마 장학금을 받은 한국 유학생들은 이후 ‘고지마 모임’을 결성해 한일교류에 기여하고 있다. 고지마 회장은 또 한국인 정신지체인을 초청하는 한편 영친왕의 부인인 고 이방자(李方子) 여사의 재조명 사업, 의인(義人) 이수현 기념사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일 교류 사업을 참여하고 있다.

고지마 회장의 이런 활동은 ‘세계에서 일본의 바람직한 역할은 무엇인가’라는 고민에서 나왔다. 60년대 고향 나고야(名古屋)에 있는 난쟌(南山)대에서 개발도상국 학생들을 지원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그는 집에 외국 유학생을 머물도록 하는 일을 시작하면서 외국인을 도왔다. 70년 당시 금성사(LG전자)의 금형제작 기술연수생 초청을 계기로 한국과 인연을 맺었고 이후 태평양전쟁 때 피해를 끼친 한국인에게 일본인의 빚을 갚아 보고 싶다는 생각에서 한일관계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고지마 회장은 30여 년간 지켜본 한국에 대한 인상과 아쉬운 점을 묻자 “제가 할 말은 아니지만 한국인은 자신들의 우수성, 동북아 중심국가로의 위치 등을 감안해 좀더 자신감을 가졌으면 합니다”라고 말했다. 이 말은 바람직한 한일관계를 위해 한국인이 가져야 할 자세에 관한 그의 생각처럼 들렸다. 이어 그는 올 상반기 한일관계를 요동치게 했던 독도문제, 교과서 왜곡 등에 대한 견해를 묻자 “저는 일개 시민에 불과합니다”라고 선을 긋고 “정치는 좋았다가 나빴다가 합니다. 양국 관계가 어떻게 변하더라도 제가 할 일을 꾸준히 할 따름입니다”라고 말할 뿐이었다.

외교부의 한 외교관은 “양국 관계에 보탬이 되는 일들은 꾸준히 하는 고지마 회장과 같은 일본인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 한일관계를 떠받치는 주요한 기둥”이라고 말했다.

나고야에 본사를 둔 고지마프레스는 도요타 자동차 등에 부품을 납품하는 업체로 1,500여명의 종업원이 근무하며, 고지마 회장은 아이치(愛知)현 경협자협회 부회장 등을 역임한 성공한 기업인이다. 고령으로 비행기를 못타는 고지마 회장은 한국 정부의 훈장을 받기 위해 이틀간 기차와 배를 이용해 한국에 왔고, 이날 훈장을 받은 직후 부산으로 내려가 배 편으로 귀국했다.

이영섭 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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