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를 하나로 묶는데는 음악만큼 좋은 것도 없습니다.”
미국계 반도체 업체인 페어차일드코리아 김덕중(53) 사장은 최근 값진 ‘경영 성과’를 올렸다. 지난 5월 열린 ‘전국 근로자 예술제 음악 경연대회’에서 금상을 받은 것이다.
이번 수상을 굳이 ‘경영성과’라고 한 것은 경연대회에 출전했던 이 회사의 밴드 ‘코스코스’의 구성이 범상치 않기 때문. 20여년간 사원 동호회 모임으로 대물림 해온 이 밴드에 이번에 사장단이 합류했던 것이다. 김 사장이 기타를, 최양오 부사장은 색소폰을, 박민영 부사장은 베이스기타를 맡았고 드럼, 보컬, 키보드, 어쿠스틱 기타는 일반 사원들이 담당했다.
밴드 구성이 이렇다 보니 대회 주최측도 “사장은 근로자가 아닌데…”라며 고민하다 ‘노사화합’에 의미를 두고 참가를 허락했다.
사실 페어차일드코리아 경영진은 모두 음악 마니아들이다. 김 사장은 학창 시절에 바하, 파가니니 등의 곡을 연주할 정도로 기타의 베테랑이다. 두 부사장도 틈만 나면 색소폰과 기타를 손에 잡는 ‘꾼’들이다.
밴드가 구성된 뒤 3개월여 동안 김밥을 나눠 먹으며 연습을 하고, 연습이 끝나면 캔맥주를돌리며 음악 이야기를 하는 사이에 이들은 사장과 사원이 아닌 선후배 동료가 됐다.
김 사장은 대회에서 영화 ‘신라의 달밤’ 주제곡인 ‘카리스마’로 대상이 아닌 금상을 받았지만 “조금도 섭섭하지 않다”고 말한다.
“상 보다도 직원들과 뭔가 열심히 해본다는 것이 더 값진 것이었습니다. 밴드는 서로서로를 맞춰가며 최적의 조화를 이뤄내는 것인데, 기업경영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1,800명 직원들이 모두 밴드 단원처럼 믿고 화합하도록 하는게 최고경영자의 임무라고 봅니다.”
페어차일드코리아는 1999년 미국의 대표적인 반도체 업체 페어차일드가 삼성전자의 전력용 반도체 사업부를 인수해 설립한 국내 최대 전력용 반도체 전문 업체다.
김동국기자 d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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