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이하 정개특위)는 6월 24일 선거권을 19세로 내리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정치관계법 개정안에 합의했다. 19세라는 규정은 우리나라 제도가 18세를 기준으로 맞춰져 있는 현실과 배치된다.
18세의 선거권은 선거에 미칠 영향 같은 정치적 타협 차원이 아니라 인권 차원에서 다루어져야 할 문제이다. 18세가 국방과 납세, 노동의 의무를 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14세부터 형사적 책임을 져야 하는 현실을 돌아볼 때, 이들에게 선거권을 부여하지 않는 것은 국민 기본권의 형평성 원칙에 맞지 않는 법안이다. 18세로 대표되는 10대의 사회 참여 권리를 제한하는 것이기도 하다.
20세 이상에게 선거권을 부여하고 있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 싱가포르, 쿠웨이트 등 20개국에 불과하다.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 오스트리아, 뉴질랜드, 스위스 등 143개국에서는 18세 이하에게 선거권을 부여하고 있다. 영국이나 오스트리아의 10대는 선거권을 16세로 낮추자는 운동을 벌이고 있는 실정이다.
대한민국의 18세가 뉴질랜드나 스위스의 18세에 비해 대표를 뽑는 데 필요한 자질이 부족할 것이라는 근거를 찾을 수 없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학업 성취도 국제 비교(PISA)’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10대는 어떤 나라보다 훌륭한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이 입증되었다.
우리 10대의 지적 수준은 국제적이지만 선거권으로 상징되는 국민의 정치 참여는 후진국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회와 정개특위는 지극히 현실적인 당리당략에 얽매인 조건을 고려하기보다는 정치 분야의 글로벌 스탠더드를 회복하는 차원에서 논의하고 결정해야 할 것이다.
우리 사회는 21세기의 10대를 20세기의 잣대로 관찰하며 평가하고 있다. 18세에 대한 선거권 논쟁은 기성세대의 관점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10대가 어떤 활동을 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그들을 사회로부터 보호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18세에게 선거권을 부여하는 것은 비교육적이라는 주장까지 하게 된다.
기성세대가 선거와 정치를 선의에 바탕을 둔 축제로 만들어 교육적 의미를 살려야 한다. 국민의 의무를 성실하게 수행하고 있는 18세에게 ‘비교육적’이라는 이유로 선거권을 제한할 수 없다.
국민의 인권 보호는 국회의 기본 의무다. 인권 보호 및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위해 18세 국민에게 선거권을 부여해야 할 것이다.
이학영 한국YMCA 전국연맹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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