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의 중간선거로 자리 매김됐던 일본 도쿄(東京) 도의회 선거에서 제1야당인 민주당이 약진했다.
3일 도쿄도내 42개 선거구(127의석)에서 펼쳐진 도의회 선거에서 민주당은 35석을 획득, 의석을 16석이나 늘렸다. 또 연립 여당인 공명당은 공천한 23명의 후보가 모두 당선되는 저력을 보였으나, 자민당은 3석이 줄어든 48석에 머물렀다. 공산당은 13석, 무소속 4석, ‘생활네트워크’는 3석을 각각 차지했다.
역대 두 번째의 저조한 투표율(43.99%)을 기록한 가운데 치러진 이번 선거 결과를 통해 일본 정계의 흐름을 몇 가지 짚어볼 수 있다. 우선 민주당은 차기 총선에서 숙원인 정권교체의 꿈을 키울 수 있게 됐다. 최근 보궐선거에 참패해 위기에 처했던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민주당 대표는 이번 선거를 통해 다시 당내 구심력을 회복했다.
또 이번 선거에서 공명당이 또다시 커다란 존재감을 과시함으로써 우정민영화 등 개혁 추진에 힘을 얻게 됐다. “차기 총선에서 우정개혁을 반대하는 의원은 돕지않겠다”고 공언한 바 있는 공명당은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 야스쿠니(靖國) 신사참배도 반대하고 있어 고이즈미 총리의 다음 행보가 주목된다.
종교단체인 창가학회를 모체로 하고 있는 공명당은 이번 선거에서 자신들이 공천한 후보들을 모두 당선시켰으며, 16명의 자민당 후보들을 지원해 이중 15명을 당선시키는 저력을 발휘했다.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이 약진함으로써 지난 참의원 선거에 이어 지방 선거도 양당제의 구도가 정착하게 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가지 흥미로운 점은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도쿄도지사의 입지가 이번 선거를 계기로 상당히 좁아지게 됐다는 점이다. 최근 최측근의 도의회 위증 스캔들과 자신의 자유분방한 업무스타일로 인해 비판의 표적이 됐던 이시하라 지사는 이를 만회하기 위해 이번 선거에 전력투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자민당 후퇴, 민주당 약진’이라는 결과가 나온 셈이어서 ‘300만표의 사나이’라던 자부심에 상처를 받게 됐다.
더욱이 민주당 의석이 대폭 확대됨으로써 그동안 이시하라의 인기를 의식해 형식적으로 운영돼 온 도의회 운영도 만만치 않게 됐다는 점에서 앞으로 그의 앞길은 지금처럼 순탄치 만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도쿄=김철훈특파원 ch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