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제품은 없다. 하지만 새 용량은 있다.’ 최근 신제품 출시가 뜸한 주류업계가 용량과 용기만 바꾼 제품을 경쟁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국순당 자회사인 해태앤컴퍼니는 4일 500㎖ 페트 소주 ‘참순(純)’(출고가 1,350원)을 출시했다. 냉동 여과법을 써서 숙취를 줄인 21도 소주로, 병 뚜껑 형태의 전용 잔을 부착해 휴대용으로도 적당하다.
해태앤컴퍼니 관계자는 “7월부터 주5일 근무제가 확대됨에 따라 야외 나들이를 갈 경우 어른 2명이 즐길 수 있는 최적 용량이 500㎖로 분석됐다”고 출시 배경을 설명했다.
기존 페트 소주는 대용량(1.8ℓ)이거나 1인용 소용량(200㎖) 밖에 없었다. 페트소주 시장 규모는 1,900억원 정도로, 1.8ℓ 이하 제품이 급성장하고 있다. 해태앤컴퍼니 윤동원 대표는 “올해 100억원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맥주시장에서도 오비맥주가 최근 한 손에 들고 마실 수 있는 700㎖ 페트맥주 ‘큐팩’(출고가 1553.94원)을 내놓자 하이트맥주가 1ℓ짜리 ‘피쳐’(출고가 2010.32원)를 맞대응 출시하는 등 용량 싸움이 치열하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맥주는 혼자 마시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며 “캔맥주로는 다소 부족한 이들에게 700㎖ ‘큐팩’이 최적의 용량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하이트맥주측도 “2년에 걸친 소비자 조사결과 기존 페트맥주(1.6ℓ) 용량에 부담을 느낀 고객들이 1ℓ를 가장 선호한다”고 주장했다.
업체들이 용량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은 불경기 여파로 부담스러운 신제품 출시보다는 기존 제품에 용량과 용기만 바꿔 소비자를 끌어들이는게 훨씬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김희원 기자 h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