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응고제제를 투여했다가 에이즈에 집단 감염된 혈우병 환자들이 혈액제제를 제조ㆍ공급한 회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법원이 환자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동부지법 민사11부(백춘기 부장판사)는 4일 혈액제제로 치료받다 에이즈에 감염됐다며 이모(16)군을 포함한 혈우병환자들과 가족 등 69명이 ㈜녹십자홀딩스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고는 이군에게 3,000만원을 지급하고 그 가족에게 2,000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박모(18)군 등 나머지 원고에 대해서는 “에이즈 감염 사실 확인으로 실질적인 손해가 발생한 것을 알게 된 지 10년이 넘은 시점에 소송을 제기해 손배 채권 시효가 소멸했다”며 기각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혈액제제의 제조에 필요한 혈액을 채혈ㆍ공급하는 업무는 이용자의 생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므로 적정하게 수행하지 못하면 국민 보건에 중대한 위해를 가한다”며 “이런 주의의무를 위반한 피고의 과실과 혈우병 환자의 에이즈 감염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B형 혈우병을 앓아 오던 이군은 2세 때인 1991년 2월 ㈜녹십자(㈜녹십자홀딩스의 전신)가 혈우병 환자 치료와 재활을 목적으로 설립한 사회복지법인 한국혈우재단에 가입해 치료제를 공급받아 왔다.
당초 이 군은 에이즈 검사에서 음성 반응을 보였으나 이 회사의 치료제를 사용한 이후인 93년 3월 갑자기 양성 반응을 보이게 됐고, 91∼93년 이 재단에서 혈액제제를 공급받은 혈우병 환자 상당수도 같은 양성반응을 보였다. 2002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요청으로 구성된 ‘혈액제제 에이즈감염조사위원회’는 “일부 환자가 혈액제제에 의해 에이즈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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