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이슬러의 ‘퍼시피카’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한 도시 이름에서 차명을 따왔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남쪽으로 12마일 가량 떨어진 곳에 있는 ‘퍼시피카’는 태평양을 끼고 있어 뛰어난 풍광을 자랑하는 도시다. 퍼시피카는 또 스페인어로 ‘평화’를 뜻한다. 사실 차 이름을 지명에서 따오는 경우는 적지 않다.
현대차의 ‘싼타페’와 ‘투싼’도 미국의 도시 이름이다. 이 같은 흐름은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과 떠나고 싶은 욕구를 자극하는 효과를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퍼시피카는 이런 이름에 더해 겉모습도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마음이 일게 하는 차다. 넉넉하고 당찬 모습이 어떤 장거리 여행도 견딜 수 있을 듯한 태세다.
일단 대형차 크기의 차 길이(5,060㎜)와 너비(2,013㎜)가 적당하단 느낌이다. 특히 차 높이(1,690㎜)가 승용차(세단)보다 높으면서 일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보다는 낮아 안정감이 있다. 장거리 여행시 세단만큼 답답하지 않고 SUV만큼 부담스럽지도 않다.
힘도 장거리 여행에 딱이다. 배기량 3,518㏄의 퍼시피카는 최대출력 253마력을 자랑한다. 최대 회전력(토크)도 3,950rpm에서 34.5㎏ㆍm나 된다. 오르막이 심하다 해도, 짐을 많이 실었다 해도 퍼시피카는 여유있게 내달린다.
장거리 여행은 승차감도 요구된다. 퍼시피카는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의 완충장치(서스펜션)를 장착해 부드럽다. 여느 SUV처럼 단단하고 딱딱하지 않다.
‘2+2+2’ 방식의 3열 6인승 좌석 배치는 더 여유롭고 편안한 승차 공간을 제공한다. 물론 2열과 3열 시트를 평면으로 접어 필요에 따라 넓은 짐칸을 만들 수도 있다. 장거리 여행시 피곤하면 담요만 깔고 한 숨 잘 수도 있다. 승용차와 SUV의 경계를 넘나드는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이라는 크라이슬러의 설명이 과장되지 않은 것처럼 들리는 이유다.
아쉬운 점은 ℓ당 7.8㎞에 불과한 연비다. 또 고속 주행시 가속력은 다소 부족하다. 가장 어색한 점은 내비게이션을 계기판 중앙에 단 점이다. 운전자 편의를 고려한 결정이라고 하지만 오히려 불편하고 위험하다. 가격은 5,690만원.
박일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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