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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피플/ 노래로 저항하는 팔레스타인 랩 그룹‘P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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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피플/ 노래로 저항하는 팔레스타인 랩 그룹‘PR’

입력
2005.07.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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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평화의 자식이라는데/ 지금도 난 계속 묻고 있어/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기억하는지 아님 잊었는지/ 당신들의 군대가 우릴 공격했다는 것을/ 우린 노래하겠어/ 당신들이 영원히 잊지 않도록/ 당신들은 우릴 테러리스트라고 하지/ 억압받고 박해받는 우리들을….”

팔레스타인의 3인조 랩 그룹 ‘PR(Palestine Rappers)’의 노래 ‘자유’의 일부다. 슬픔의 땅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칸 유니스 난민촌에 사는 세 젊은이의 목소리에는 좌절과 분노와 절규와 희망이 담겨 있다. “우리한테 노래는 무기입니다. 돌을 던지고 자살폭탄 공격을 하고 로켓포를 쏘는 대신 노래를 외칩니다. 총 대신 노래를 들었습니다.” 지난 29일 AP 통신 기자가 “왜 노래를 하느냐?”고 묻자 삼총사는 이렇게 답했다.

요즘 팔레스타인에서는 PR이 인기를 끌고 있다. 세계적인 유행인 랩을 좋아하는 평범한 젊은이 셋이 의기투합해 그룹을 만든 것이 3년 전. 첫 콘서트에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다. 2004년에는 아일랜드에서 콘서트를 열기도 했고 공연 실황과 녹음 장면을 찍은 다큐멘터리 영화도 나왔다.

멤버들은 학교에서 “너희는 평화를 추구하는 자녀들”이라는 교육을 받고 자랐다. 그러나 이스라엘 측 보안장벽으로 둘러싸인 황량한 가자지구에서 평화는 요원했다. 이스라엘군과 투석전이 벌어지고 반(反)이스라엘 유혈 시위는 끊일 날이 없다.

리더 격인 모하메드 알_파라(19)군은 최근 알자지라 방송과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인 정착촌 인근을 서성이다 총을 맞은 적도 있어요”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이 점령한 지 수십 년째입니다. 집은 무너지고, 아이들은 부모를 잃고, 지독한 가난은 계속됩니다. 저는 저항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가 처한 상황, 우리가 느끼는 감정을 그대로 표현하지요. 보고 듣고 생각하는 것을 노래할 뿐입니다.”

이들은 최근 이스라엘 정부의 여행 금지 정책 때문에 프랑스 콘서트를 단념해야 했다. 성난 마음은 노래가 됐다. “죄수처럼 살고 있어/ 비명 소리도 들리지 않고/ 맘대로 움직일 수조차 없어.”

시내 중심가 녹음실로 가려면 이스라엘군 검문소를 여러 차례 거쳐야 한다. 울컥하는 분노와 고통은 또 노래가 된다. 랩은 미국 노래로 알려져 있다. 미국은 팔레스타인인들에게는 증오의 대상이다. 그런 랩을 택한 이유에 대해 모타츠 훼히군은 “우리의 감정을 표현하는 데 가장 적합하고 듣는 사람에게 강하게 호소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처음에는 너무 빨라서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더군요. 복장도 마음에 안 든다고 하고….” 처음 커다란 농구 셔츠에 헐렁한 바지를 입고 거지처럼 휘휘거리며 등장했을 때 관객들은 어리둥절해 했지만 저항의 랩에 곧 열광했다.

PR은 이제 미국 투어를 추진하고 있다.

알_파라는 한 마디 덧붙였다. “사람들은 팔레스타인 젊은이들이 하나 같이 자살폭탄 공격을 하는 극단적인 테러리스트라는 편견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는 편견에 맞서 노래합니다. 자유를, 억압을, 그리고 참상을.”

김지영 기자 kimj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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