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련은 극복되라고 있는 것입니다.”
잔칫집 분위기는 숙연했다. 1일 오전 경찰청 대청마루. 제59회 여경 창설의 날을 기념해 ‘다모상’과 ‘봉사상’ 등 여경들의 노고를 치하하는 각종 시상식이 열렸지만 어깨가 축 늘어진 이들의 흥을 돋우지는 못했다. ‘스타 여성 투캅스’로 불리던 김인옥 전 제주경찰청장과 강순덕 경위의 부적절한 처신으로 여경의 명예가 바닥에 떨어진 때문이었다.
지난해 경찰청 지하 대강당에서 여성 국회의원, 여성단체 대표, 여성부 고위인사 등 외부 인사들을 대거 초청해 수백명 규모로 치러졌던 행사와 달리 올해는 50명 남짓의 여경들만 참석한 채 대청마루에서 조촐하게 진행됐다.
요란한 기념행사 대신 “뼈를 깎는 자기성찰과 반성을 통해 청렴과 친절의 이미지를 회복하고, 국민들에게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가도록 노력하겠다”는 전국 3,975 여경들의 굳은 다짐이 빈 자리를 메웠다.
이 같은 자성의 다짐을 담은 이메일과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허준영 청장에게 직접 보낸 여경들도 있었다. 경철청 관계자는 “이번 사건이 불거진 이후 허 청장 앞으로 꾸준히 사과편지가 답지하고 있다”며 “여경들은 편지에서 ‘기대를 저버려 죄송하다’는 사과의 뜻을 전하는 한편 ‘이번 일을 거울삼아 땅에 떨어진 여경의 명예를 되찾겠다’며 각오를 다졌다”고 전했다.
이날 기념식에서 허 청장은 “지금까지 여경은 친절하고 청렴한 브랜드 이미지로 국민에게 다가갔고 양성평등에도 앞장서 왔다”며 “한 두 사람의 잘못으로 그 동안 쌓아올린 명성이 모래성처럼 무너져서는 안 된다”고 격려했다.
허 청장은 “수사권 조정 논의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문제가 불거져 충격이 더 컸고, 한동안 실망감으로 잠을 이룰 수 없었다”고 토로하고 “그러나 여경에 대한 강한 믿음에는 변함이 없으며 여러분이 새로운 마음으로 일어나 명예를 회복하리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여경들은 허 청장에게 비장하고 숙연한 모습으로 경례를 올렸다.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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