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원 보호의무라는 언론계의 철칙은 과거의 유물인가. 미국 시사주간 타임이 익명의 취재원을 공개하라는 법원의 결정에 대해 아예 기자의 취재노트를 제출하겠다고 밝혀 미 언론계가 발칵 뒤집혔다.
노먼 펄스타인 타임 편집장은 30일 성명서를 통해 “타임이 법원의 결정을 강력히 반대한다는 사실이 면책이 될 수 없고 우리 중 아무도 법 위에 있을 수는 없다”며 유죄판결을 받은 매튜 쿠퍼 기자의 노트를 비롯해 모든 자료를 법정에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은 또한 법원의 최종 결정을 복종해야 할 것도 요구하고 있다”고 밝힌 후 “법원의 결정이 우리의 일을 얻어 붙게 만들 정도로 언론 자유에 제약을 끼칠 것”이라며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같은 사건으로 재판을 받은 뉴욕타임스측은 “유력언론이 취재원 보호 의무를 저버리고 압력에 굴복한 최초의 사례”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일부에서는 타임이 법원의 벌금 압력에 못 이겨 취재원 보호를 포기했다는 비난까지 일고 있다.
뉴욕타임스의 회장이자 발행인인 아서 슐츠버거는 즉각 “자료를 제출키로 한 타임의 결정에 깊이 실망했다”며 “지금 우리의 관심은 우리의 기자, 주디스 밀러에게 있으며 또한 이 어려운 시기에 그녀를 지원하는 데 있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감옥행을 선택할지언정 취재원을 밝히지 않는다는 미 언론의 오랜 관행을 깼다는 것이다.
타임의 이 같은 조치는 지난달 27일 연방대법원에서 쿠퍼 기자의 상고가 기각되면서 이뤄졌다. 쿠퍼는 뉴욕타임스의 밀러 여기자와 함께 2003년 중앙정보국(CIA) 비밀요원 신분 누설 사건과 관련해 취재원 공개를 거부, 법정 모독 혐의로 18개월의 실형을 받았다. 이달 6일까지 공개하지 않으면 형이 확정된다.
토머스 호건 판사는 신분을 밝히지 않는 기간 동안 타임이나 쿠퍼 기자가 매일 1,000달러씩 벌금으로 지불하라고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뉴욕타임스의 밀러 기자가 백악관이 신원 유출의 진원지라고 사실을 알면서도 기사화하지 않은 반면, 타임의 쿠퍼는 대서특필했기 때문에 벌금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쿠퍼 기자 본인이 노트 제출을 거부하고 있어 논란이 더욱 커지고 있다. 펄스타인 편집장은 “제출 결정을 쿠퍼에게 전했다”며 “회사와 개인은 다른 위치에 처해 있다”고 밝히고 있다.
언론학계에서는 타임의 결정에 비판적인 편이다. 미네소타대학에서 언론 윤리를 가르치는 제인 커틀리 교수는 “돈 때문에 타임이 원칙에서 양보한 것이 확실하다”고 지적했다.
고성호 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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