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크(불꽃)가 튀면 금새 불이 붙겠는데….”
30일과 1일 미국 뉴욕과 워싱턴에서 이루어진 남북, 북미, 한미간 연쇄접촉을 바라본 외교부 당국자들이 던진 말이다. 그가 말한 스파크는 북한의 6자회담 복귀 신호이고, 불은 회담 재개를 의미했다.
이번 접촉은 어느 하나 가벼이 볼 수 없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난달 17일 정동영 통일부장관과의 면담에서 6자회담 복귀용의를 표명한 이후 조성된 유화국면에서 이들 접촉은 회담 날짜를 정하기 위한 예비 모임의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홍석현 주미대사와 박길연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대사의 회동은 남북 화해흐름을 미국 무대로 연장시키면서 한국의 주도적 역할을 부각하는 계기였다. 양측 당국의 사전 동의 하에 이뤄진 홍_박 회동에서 박 대사는 “미국이 우리를 존중해줘야 6자회담에 나갈 것”이라며 원칙적인 입장만을 밝혔다. 하지만 홍 대사는 회동 후 “분위기로 보아 북한이 복귀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분위기가 무르익었다는 얘기다.
“회담 일정 확정을 위해 미국에 왔다”는 리근 북한 외무성 미국국장의 30일 행보도 의미있다. 6자회담 북측 차석대표이기도 한 리 국장은 뉴욕 아시아 소사이어티에서 열린 전미외교정책협의회(NCAFC) 주최 ‘한반도문제 토론회(비공개)’에서 조셉 디트러니 미 국무부 대북협상 대사와 밀담을 주고받았다. 회의에 참석했던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은 “6자회담 재개일자 협의는 없었지만 곧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리 국장은 토론회에서 회담에 복귀하고자 하는 북측의 기본 입장을 설명한 듯하다.
이런 흐름 속에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스티븐 해들리 백악관 안보보좌관 및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와의 면담을 통해 자신이 만난 김정일 위원장의 말을 전하고 “남북관계의 진전이 북핵 해결에 기여한다”는 논리를 열심히 설명했다. 면담 후 해들리 보좌관이 “미국도 북한을 진지한 협상 상대로 대할 것”이라고 밝힌 대목은 정 장관의 설명을 상당부분 수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하지만 미국은 리근 국장과 토론장 밖에서 만날 가능성을 일단 배제하는 분위기이고, 북한도 회담 복귀시점에 분명히 하지 않았다. 양측 모두 ‘마지막 문턱’을 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분위기만 보면 미국이 북한을 폭정의 전초기지라고 부르지 않는 등 성의를 보이면 북한이 7월 하순 회담장으로 복귀할 것 같은데, 그 마지막 매듭을 푸는 결단이 아직 나오지 않고 있는 형국이 지금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영섭 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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