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이후 각종 현안에 비교적 말을 아끼며 신중한 자세를 보여왔던 김종빈(58ㆍ사진) 검찰총장이 ‘검찰 수장으로서의 고뇌’를 털어놨다.
김 총장은 30일 기자들과 점심을 함께한 자리에서 “하나 물어보자. 뇌물 사건 무죄가 많아지니 과학수사를 해야한다는 데 과연 어떻게 하는 게 과학수사냐”고 답답함으로 토로했다.
그는 “단 둘이 있는 공간에서 현금으로 주고 받은 사건에 진술 말고 무슨 과학적 증거가 있겠느냐”며 “무죄를 막기 위해서는 결국 진술의 신빙성을 높이는 방법 밖에 없으며 이를 위해 수사과정을 영상녹화하겠다는 것인데 이마저도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이해를 구했다.
그는 또 최근 검찰에 쏟아지는 ‘무소불위의 권력’ ‘기득권 지키기’ 등 비난에 대해서도 섭섭함을 드러냈다. 그는 “아무리 옳은 말을 해도 검찰이 얘기하면 안 믿는 분위기가 있고 검찰이 엄청난 권력이 있으니까 나눠달라고도 한다”며 “그러나 검찰이 가진 권한은 수사권 하나밖에 없다.
이 역시 검찰이 나름대로 노력하고 정치권에 대항해서 만든 것 아니냐. 이 권한 때문에 괴롭힘을 당하는 사람은 서민이 아니라 전체 국민의 10%도 안 되는 사람들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그럼에도 모두 괴롭힘을 당하는 것처럼 비쳐지는 게 옳은 일이냐”고 반문한 뒤 “사회의 부패감시 차원에서 약간은 권한이 축적된 기관(검찰)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천정배 신임 법무부 장관과의 관계에 대해 “일부 부담스런 시각이 있을 수 있지만 충분한 토론을 통해 공통분모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밖에서 보는 것과 조직에 와서 보는 것은 다를 수 있지 않느냐”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수사권 조정과 관련해서는 “괜히 말하면 싸움처럼 비쳐진다”고 말을 아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