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열린 세계여자권투협의회(WBCF) 타이틀 매치에서 체육관을 꽉 메운 북한 관중이 미국 국가가 연주되자 모두 일어서 예의를 갖췄다고 한다. 벼 한 포기를 심으면서도 반미구호를 외치던 북한이고 보면 매우 이례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관중들은 이에 그치지 않고 북한 선수들과 맞붙은 미국 선수와 일본 선수들에게도 박수를 보냈다니 신선한 느낌마저 든다.
물론 북한의 사회자가 출전 선수들을 소개하면서 미국과 일본 선수들에게도 박수를 보내달라고 요청한 것 등으로 미뤄 다분히 계산된 연출이었을 것이다. 특히 4월 평양서 열린 2006년 독일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대 이란 전 경기에서 관중 소란으로 실추된 이미지를 만회하고자 했을 법하다.
그러나 배경이 무엇이든 자신들의 감정을 관리하면서 상대방 특히 미국 선수들에게 예의를 갖춘 것은 현 시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북한은 최근 들어 “미국이 우리의 제도를 인정하고 존중하면 우방으로 대하겠다”며 대미 관계개선 의지를 확연히 드러내고 있다. 6ㆍ25전쟁 55주년을 전후해서도 과거와는 다르게 미국에 대한 비난을 자제했다. ‘6ㆍ17 김정일-정동영’ 면담에서 나온 김정일 위원장의 ‘부시 각하’ 호칭도 같은 흐름일 것이다.
북한은 여기서 한 발 더 나가 미국의 ‘성의 표시’에 연연해 할 필요 없이 6자회담 복귀의 결단을 내렸으면 한다. 미국은 29일 대량살상무기 확산과 관련해 내린 북한과 이란 시리아 기업의 미국 내 자산 동결령을 내렸다. 또 미 합참 산하 국방대학교는 오는 18일 북한의 위기상황을 상정한 모의 작전 연습을 실시할 예정이다. 북한은 이런 일들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대범하게 실리를 취하는 선택을 해야 한다. 물론 미국도 상응하는 노력을 해야 함은 말할 나위가 없다. 김정일 위원장 말대로 7월 6자회담 재개가 현실화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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