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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현 교수의 빛으로 보는 세상] 적외선 추적자 '방울뱀과 유도미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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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현 교수의 빛으로 보는 세상] 적외선 추적자 '방울뱀과 유도미사일'

입력
2005.06.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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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요즘 자동감지기, 즉 센서(sensor)의 시대에 살고 있다. 밤에 아파트에 들어가면 현관 위 천장에 달린 전등이 자동적으로 빛을 밝힌다. 자동문에 다가가면 문이 저절로 열리고, 수도꼭지에 손을 갖다 대기만 해도 물이 나온다. 센서는 무인감시장치 유도미사일 리모콘 등 일상생활에서부터 군사기술 분야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는 현대문명의 이기임에 틀림없다.

현재 사용 중인 상당수 자동감지기술은 적외선(赤外線)이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빛에 근거를 두고 있다. 이미 소개했듯이 프리즘을 통해 백색광을 무지개색으로 분해하면 빨간색의 바깥쪽에 눈에 보이지 않는 열선(熱線)이 존재한다.(★본보 5월 12일자 25면) 적외선도 다른 전자기파와 마찬가지로 파장에 따라 세분하는데, 빨간색에 이웃 한 단파장의 근적외선에서부터 중적외선, 원적외선(열적외선이라고도 함)으로 갈수록 파장이 늘어난다.

일정 온도를 유지하고 있는 모든 물체는 그 온도에 상응하는 전자기파, 혹은 복사선을 방출한다. 물체의 온도가 높아지면 그 물체가 발산하는 전자기파의 중심파장(가장 주를 이루는 파장)은 점점 짧아진다. 용광로에서 쇠를 달군다고 생각해 보자. 쇠의 온도를 높이면 처음에는 적외선이 방출되다가 섭씨 1,000도 정도가 되면 적외선보다 파장이 짧은 시뻘건 빛을 내게 된다.

우리가 가정에서 사용하는 백열등의 경우 스위치를 켜면 텅스텐 필라멘트의 온도가 섭씨 약 2,800도 정도로 올라간다. 이 때 복사선의 파장은 빨간색보다 더 짧아지면서 노란색 계열의 백색광을 방출한다. 그런데 백열등이 방출하는 복사선을 분석해보면 조명에 사용하는 가시광선보다는 눈에 보이지 않는 열선인 적외선의 비중이 훨씬 크다. 우리가 백열전구 주위에 손을 갖다 대거나 태양을 향해 얼굴을 들이댈 때 따뜻함을 느끼는 것은 바로 몸이 흡수하는 적외선 때문이다. 히터를 가열해 적외선을 방출시켜 난방이나 건조를 하는 것은 적외선을 이용하는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이다.

달구어진 쇠가 적외선을 내는 것처럼 항온 동물인 사람도 아주 적은 양이긴 하지만 자신의 체온에 상응하는 적외선을 방출한다. 앞에서 소개했던 자동문, 자동 수도꼭지, 자동 전등 등에는 모두 사람이 만들어내는 적외선을 감지할 수 있는 센서가 달려 있다. 사람이 다가가면 이 적외선 센서에 입력되는 적외선의 양이 바뀌면서 자동으로 문이 열리거나 전등이 켜지게 된다.

사람 몸에서 방출되는 적외선의 분포를 측정해 의료진단에 이용하기도 한다. 요즘 병원에서는 신체의 온도분포를 잰 후 몸의 이상 유무를 판단하는 ‘적외선 체열 측정기’가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눈치 빠른 독자들은 동물 다큐멘터리에 단골로 등장하는 야간투시경도 동일한 원리로 작동된다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야간에 촬영한 동물들의 이미지란 적외선 감지기에 비친 그들의 이미지를 사람의 눈이 인식하는 가시광선 영상으로 바꾸어 놓은 결과에 다름 아니다.

방울뱀과 같은 일부 동물들의 감각기관은 적외선을 인식하는 능력이 아주 탁월해 멀리 떨어진 지점의 먹이가 발산하는 적외선을 인식해 사냥을 한다. 방울뱀의 영어이름을 따서 ‘사이드와인더(sidewinder)’라고 명명한 적외선 유도미사일 역시 이 같은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사이드와인더의 앞부분에는 적외선 감지기가 붙어 있어 적기의 엔진이나 배기가스에서 나오는 적외선을 끝까지 추적, 파괴할 때까지 따라다니도록 설계돼 있다. 명중률을 높이려면 당연히 엔진과 배기가스를 감지할 수 있도록 적기의 후방에서 발사되는 것이 좋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적기의 전방에서 발사돼도 비행기 기체와 공기의 마찰로 인해 만들어지는 미세한 열을 감지해 격추시킬 수 있도록 개량된 미사일이 나왔다고 한다.

상대방 무기에서 나오는 적외선을 감지해 내려는 기술이 발달해 왔듯이, 상대방의 적외선 감지 시스템에서 벗어나기 위한 기술 개발도 활발하다. 첨단 공격용 전투기의 엔진 배기가스는 보통 하늘을 향해 배출되도록 설계돼 있다. 적외선이 가장 많이 나오는 부분을 하늘로 향하도록 함으로써 지상에 만들어져 있는 적외선 감지기의 시야를 조금이라도 벗어나 보려는 노력의 일환인 것이다. 해군 함정의 경우도 굴뚝 부분에 특수 냉각장치를 달아서 배출하는 배기가스의 온도를 낮춰 적외선 양을 줄이고 있다.

한림대 전자물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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