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여성들이 선불금을 갚기 위해 돈을 빌리는 사실을 알면서도 대출해줬다면 이를 돌려 받을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서부지법 민사2단독 이광만 판사는 29일 성매매 여성 A씨 등 5명이 D대부업체 등을 상대로 낸 채무 부존재 확인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
이 판사는 판결문에서 “피고들은 성매매 여성들이 선불금을 갚기 위해 돈을 빌린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대출해 준 만큼 성매매에 협력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영리를 목적으로 윤락행위를 알선하는 것 뿐만 아니라 이에 협력하는 것도 사회 풍속과 질서를 파괴하는 범법행위이기 때문에 채권ㆍ채무관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판사는 또 “피고들이 이미 채무를 성매매 여성들의 연대 보증인인 업주로부터 돌려 받아 소송의 의미가 없다고 하나 이를 증명할 만한 구체적 증거가 없고, 피고들이 성매매 여성들을 사기죄로 고소한 만큼 이번 소송을 통해 채무 존재 여부를 따질 필요가 충분히 있다”고 덧붙였다.
A씨 등 5명은 2003년 8월께부터 윤락업소를 옮기면서 이전에 일했던 업소에 남아있는 선불금을 갚기 위해 업주들이 소개한 대부업체를 통해 1,100만~1,300만원을 빌린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성매매를 그만뒀다. 이후 대부업체들이 “돈을 갚으라”며 사기죄로 성매매 여성을 고소하자 법원에 ‘불법행위를 전제로 한 채무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맞소송을 냈다.
안형영 기자 promethe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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