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소주를 한 잔 하러 갔습니다. 옆 자리에서 술 마시던 학생들이 싸인을 요청하기에 응했더니 그 중 한 명이 돌아서면서 이러더군요. ‘최민식씨 돈 너무 밝히지 마세요’.”(최민식) “관객들 눈에 제 연기가 보이겠습니까? 입장료 중 송강호 몫은 얼마나 될까. 2,000원? 3,000원? 이런 생각을 할 거란 말입니다.”(송강호)
29일 영화배우 최민식 송강호가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23일 강우석 감독이 이들 두 배우의 실명을 거론하며 “스타들의 높은 출연료와 무리한 지분 요구 때문에 영화 만들기가 힘들다”고 말한 것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파장이 일파만파로 커진 데 따른 것이다. 이들은 “강감독이 공개적인 사과를 하지 않을 경우 법적 대응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최민식은 격앙된 목소리로 “강감독 발언에 악의가 있다”고 했다. ‘선생 김봉두’ 당시 주연으로 내정된 최민식 측이 개런티에다 추가로 수익지분까지 요구해 결국 주연을 교체했다는 강감독의 발언에 대해 그는 “이 작품과 관련해 강 감독을 만난 적도 없다. 제작사인 좋은영화사의 김미희 대표와 아이템 회의는 몇 번 했다. 수익지분 4%를 제안했더니 어렵다는 반응을 보여 나는 개런티만 받고도 출연하겠다는 뜻을 전달했었다”고 반박했다.
배우에게 지분을 제공하지 않겠다는 방침 때문에 송강호가 자신을 피한다는 강 감독의 말에 대해 송강호 역시 “만나자고 한 적이 없으며 4년 동안 강 감독의 시네마서비스에서 섭외가 들어온 적은 단 한번도 없다”고 반박했다.
두 배우는 무엇보다 속물로 비쳐지는 게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송강호는 “지금 봉준호 감독의 ‘괴물’을 촬영하고 있는데 총 제작비 120억원 중 5억원을 개런티로 받는다. 이게 지탄 받을 만한 액수인가”라고 되물었다. 최민식도 “매번 작품마다 유작이라는 각오로 한다. 그런 열정은 몰라주느냐”고 서운함을 토로했다.
강 감독의 문제제기는 한국영화계의 발전적 미래를 위해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사안이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출연료와 제작시스템 재정비, 매니지먼트사의 공동제작에 따른 폐해 등은 침체를 딛고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 한국 영화계가 반드시 풀어야 할 구조적 문제다.
하지만 제작사들과 배우, 매니지먼트사들이 벌이는 지금의 감정적 대립은 자칫 문제의 본질을 흐릴 우려가 있다. 인터넷에서도 영화계 현실에 대한 공감보다는 오로지 ‘배우들이 정말 돈을 많이 받느냐’는 선정적 이슈에 압도적으로 관심이 기우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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